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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고 귀를 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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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현해스님 작성일03-06-12 00:00 조회5,617회 댓글0건

본문

신록으로 울창했던 산하에 청량한 바람이
이는가 하면 구광명의 서기를 불어넣듯
자연의 순환적 이치가 전해 오고 이 곳 불지촌 오대산
도량에도 법계의 여여한 섭리를 드러냅니다.
시간의 흐름은 우리 누구의 바람이나 욕망에 관계없이
바뀌고 변화해 가는 것이 속성입니다.
사실 사람이란 이치와 순리에 눈을 감고 역행하면서
너, 나 할 것 없이 내 뜻대로 되지 않는 현실에서
괴로움을 느낍니다.

불자들은 절에 와서 기도할 때 내 뜻대로 되기를 바랍니다.
돈 많이 벌게 해 주십시오. 남편 출세하게 해 주십시오.
건강한 아들·딸 낳게 해 주십시오.
우리 아들 사업 성취하게 해 주십시오…… 등등.
그러나 부처님의 가르침은 어느 한 켠, 한 사람,
하나의 부류가 원하는 대로 되게 하고 세상을
마음대로 하는 절대권력이 아닙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너와 내가 공생·공존·공영하고
나도 잘되고 너도 잘되고, 나도 번영하고 너도 번영하는 것,
그 방법을 알려 주는 가르침이며 공부입니다.
그래서 우리 불자들은 모두가 이익되고 행복해지기 위해서
절에 와서 법문을 듣고 수행을 하는 것입니다.
다른 종교 특히 기독교 같은 데서는 나를 믿지 않으면
지옥 간다고 하지만 부처님 가르침에는 날 믿지 않으면
지옥 간다는 말을 절대 하지 않습니다.
이것이 불교의 특징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부처님 앞에 기도함에 있어
다같이 잘살 수 있도록 내 몸에 있는 부처님 종자,
즉 불성을 개발하고 너와 내가 다같이 부처가 되자고
발원하고 서원하는 것이
참다운 기도의 자세이자 바른 기도입니다.
이렇듯 불성을 깨닫고 개발하여 너와 내가 함께
성불하자는 것이 불자들의 구경목적이고
우리가 가야할 방향이며 실천해야 할 과제입니다.
끊임없이 기도하고 수행하는
우리의 본분사를 잊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또한 희로애락을 극복하고 그것에서
벗어나는 가르침입니다.
흔히들 삼독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하지요.
삼독에서 벗어나지 않고서는
희로애락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여러 불자님들은 제방의 사찰을 참배하면서
사천왕이 새겨져 있는 것을 보았을 겁니다.
사천왕은 불법을 수호하는 호법신이지요. 마군이나
외도로부터 불법을 호지하는 네 명의 천신입니다.
그런데 사천왕을 자세히 보세요. 하나는 비파를 들고 있고,
또 하는 칼을 들고 있고, 다른 하나는 탑을
들고 있는가 하면 또 한 왕은 용을 짓밟고 있습니다.
비파라는 악기를 들고 있으니 즐거움이요,
부처님 사리를 봉안한 탑을 들고 있으니
어찌 기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짓밟고 있어 보세요.
얼마나 괴롭고 얼마나 슬프겠어요.
또 한 왕은 칼을 들고 있으니 노여움을 뜻합니다.
실로 이 사천왕은 인간의 희로애락을 뜻하는 상징에
다름 아닙니다. 사천왕이라는 것, 즉 희로애락이라는 것이
바로 이 우주를 지배하고 지키고 있으며,
우리를 지배하고 있다는 것을 상징으로
대변하고 있음입니다.
바로 이 희로애락에서 벗어나는 가르침이
부처님께서 설파하신 무상(無上)의 도리인 것입니다.
기쁠 때 늘 기쁘기를 바라지만 그 기쁨 뒤에는
슬픔이나 괴로움이 또 있습니다.
괴로움에서 벗어나려면 기쁨을 찾을 것이 아니라
삼독의 어두운 무명으로부터 벗어나야만 합니다.
이것이 참되게 벗어나고 고의 굴레에서
일탈할 수 있는 것입니다.
법계의 육도 가운데 하늘세계는 즐거움만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하늘 중생마저도 즐거움의 복락이 다하면
다시 괴로움의 세상에 떨어집니다.
그래서 완전히 벗어나려면 탐·진·치 삼독에서
벗어나는 길밖에 없다는 것이지요.
어둠이 극하면 새벽이 옵니다. 극한 어둠에서
여명이 밝아오는 법입니다. 내 속에 있는 어둠은
불성을 밝힘으로써 어둠을 극복하고 나아가
지배할 수 있는 것입니다. 스스로의 주인이 되는 것이지요.
내가 괴로움이 극할 때 바로 나의 업(業)이 가실 수 있는
기회입니다. 내가 괴롭다고 슬퍼할 것이 아니고
그 순간에 부처님의 가르침을 생각해서
광명을 향한 길을 개척해야 하는 것입니다.
내 업에서 탈출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이 현실에서 업을 변화시키고 고치는 방법뿐입니다.
따라서 우리에게 수행이 필요한 것입니다.
우리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통해 험하고 어려운 세상,
고통의 세상을 건너갈 수 있습니다.
부처님 가르침을 실천하고 수행해서 하루빨리
밝은 지혜세상을 이 땅에 이룩해야 하겠습니다.
綠陰芳草顯佛刹 鳥鳴流聲妙法音
金剛淵中現月影 是則本來眞身佛
녹음방초가 부처님의 국토를 나타냄이요,
새소리 물소리 바로 부처님의 법음이며 가르침이라
금강연 가운데 현묘하게 나타난 달의 모습,
이것이 본래 부처님의 몸이요 부처님의 모습이구나.

우리가 눈을 바로 뜨면 우리 앞에 나타난
녹음방초의 모습이 그대로 부처님의 국토로 보여집니다.
귀를 열고 보면 지저귀는 새소리와 흐르는 물소리 그대로
부처님의 법음이 아닐 수 없습니다.
금강연 속에 비춰진 달빛이나 해의 모습
그것이 부처님의 모습이요,
눈을 뜨고 보면 이 우주가 그대로가 부처님의 모습입니다.
우리가 귀를 막고 눈을 감고 보면
부처님의 가르침을 볼 수가 없습니다.
눈을 뜨고 귀를 열어 부처님의 가르침을
이 현실에서 발견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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