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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이웃, 사회를 밝히는 등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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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현해스님 작성일03-06-12 00:00 조회5,37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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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0여 년 전 고통스런 세상,
죄악과 선이 뒤범벅이 된 세상,
모순이 가득한 세상에 부처님의 탄생과 가르침은
세상을 밝혀 주는 등불이 되었습니다.
이렇듯 오늘 우리도 부처님께서 오신 축복된 날을
수희 찬탄함은 물론 다같이 참된 삶의 길을 찾고
평화를 누릴 수 있도록 기도하고, 발원하고,
원행으로 복연을 맺음과 동시에
이 사회를 밝혀가는 대승보살로 거듭 일신하는
향상일로의 계기로 삼아야 하겠습니다.

佛身普遍十方中 三世如來一體同
廣大願雲恒不盡 汪洋覺海妙難窮
부처님의 몸은 시방세계 가운데 두루하시니
삼세의 모든 여래께서 같은 한 몸이라
크고 넓은 원운(願雲)은 항상 다함이 없어
깨침의 바다 넓고 넓어 헤아리기가 어렵네

부처님이라는 것은 이 우주에 가득하여서 나고 죽음이 본래 없고, 한 모양으로 한정되어 나타날 수가 없습니다. 이는 석가모니 부처님뿐만 아니고 모든 부처님이 이런 이치 속에 법신(法身)을 나투시니 모든 부처님께서는 하나의 몸이자 수천만으로 나누어질 수도 있는 것입니다. 또한 부처님의 원력은 한없이 넓고 클 뿐만 아니라 부처님께서 성취하신 깨침의 세계는 넓고 넓어서 우리 중생으로서는 사량(思量)하여 헤아리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나 중생들은 항상 태어나고 죽는 이 세상의 삶에 매달려 있어 생사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나고·늙고·병들고·죽는 괴로움을 중생들이 겪고 있기 때문에 부처님께서도 한없는 넓은 세계에서 인간의 모습으로 나투시어 몸소 늙고 병드는 모습을 보이셨고 또 열반을 보이시며 완벽한 인격으로 모범을 보여 주셨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삶에 집착되고 허망한 세속적 이치에 끄달리며 무명의 고해(苦海)에서 헤매는 뭇 중생들을 구하시고자 하는 큰 원력으로 이 땅에 오신 것입니다.
이렇듯 몸소 삶으로 시현하여 보여 주신 부처님의 가르침은 남이 괴로워할 때 그 괴로움을 나도 같이 나누어 가질 수 있고, 내가 기쁨이 있을 때 내 이웃과 기쁨을 나누어 가질 수 있는 훈훈하고도 정겨운 것입니다. 그래서 불교를 자비문중이라 하고 자비의 종교라 하는 것입니다. 우리 불교에서는 자비를 사랑 자자(字)에 슬플 비자로 씁니다. 이처럼 불교는 남이 슬퍼할 때 같이 슬퍼하는 것이요, 중생이 슬퍼할 때 부처님도 같이 슬퍼하는 것입니다. 중생이 괴로울 때 부처님도 같이 괴로워하는 것이요, 중생이 기뻐할 때 부처님도 함께 기뻐하는 것입니다.
어느덧 또 한 해를 지나 임오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부처님 오신 축복의 날 생명의 날에 우리 월정사 신도님께서는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며 그 어려움을 같이 나누고자 하는 마음으로 등불을 환하게 밝혀 주시기를 바랍니다.
초파일 등을 밝히면서 나만이 밝음을 차지하겠다면 그것은 욕심입니다. 내 방 안에만 등불을 켜놓으면 남들과 그 빛을 나눌 수 없지만 등을 집 앞에 밝혀 보십시오. 온 길이 환해서 여러 사람들이 그 빛을 함께 할 수 있으실 겁니다. 초파일을 맞이하며 등불을 밝히는 우리의 마음이 이와 같다면 그 마음 자체로 이미 스스로 복을 짓는 것입니다. 등을 밝히면서 나만 복을 받으려고 하지 말고 그 밝은 해택이 여러 사람에게 미칠 수 있는 그런 마음을 가지고 등을 밝혀야 하겠습니다. 이렇게 할 때 이 세상은 평화로운 세상, 살기 좋은 세상이 될 것입니다.
부처님 가르침은 이런 것입니다. 모두가 밝고 환한 세상으로 향하는 것이지요. 이러한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아들여서 나도 실천하고 남도 실천하게 할 때 고통에서 벗어남은 물론 행복한 삶을 개척해가는 길이 됩니다. 내가 많이 가지려 하고 내 욕심을 채우려 할 때 이 세상은 갈등과 고통에 처하게 됩니다. 나만이 가지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내 이웃과 함께 나누고 남도 함께 편해지는 길을 가르치는 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입니다.
무릇 불자라 함은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살아가기를 발원하고 그 가르침을 실천하는 사람입니다. 불기 2546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우리 불자들은 부처님의 위대한 탄생을 찬탄하기 위해 등을 켭니다. 또한 지혜를 밝히기 위해 등을 켭니다. 등을 켜면서 내 마음도 밝히고 이를 통해 지혜도 밝힐 줄 알아야 합니다. 이것이 부처님오신날을 기념하고 성대한 법회를 갖는 의미요, 동기입니다.
우리 모두 등을 켜면서 내 속에 있는 어두움을 헤치고 지혜를 밝힘으로써 내 식구들에게도 지혜를 밝혀 주고, 내 이웃들에게 부처님이 오신 참뜻을 일러 주어서 다함께 참된 삶으로 나아가야 하겠습니다.

不是三冬寒徹骨 爭得梅花撲鼻香
雨過溪流傳春聲 柳綠更帶滿曉霧
삼동의 추위가 뼈에 사무치게 느껴지지 않으면
어찌 봄 매화향을 느낄 수 있으리오
비가 지나간 후에 시냇물은 봄소식을 전하니
버들잎 푸르러고 아침 안개가 천지에 가득하네

지난 겨울이 추웠기 때문에 봄이 반가운 것입니다. 추위가 있기에 꽃향기가 좋은 것을 압니다. 문득 버들강아지 피어나고 버들꽃이 푸르게 필 때 봄소식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우리 삶이 고달프고, 고생이 되고, 고통을 느끼기 때문에 부처님의 가르침을 참으로 반길 수가 있습니다. 2500여 년 전 고통스런 세상, 죄악과 선이 뒤범벅이 된 세상, 모순이 가득한 세상에 부처님의 탄생과 가르침은 세상을 밝혀 주는 등불이 되었습니다. 이렇듯 오늘 우리도 부처님께서 오신 축복된 날을 수희 찬탄함은 물론 다같이 참된 삶의 길을 찾고 평화를 누릴 수 있도록 기도하고, 발원하고, 원행으로 복연을 맺음과 동시에 이 사회를 밝혀가는 대승보살로 거듭 일신하는 향상일로의 계기로 삼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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