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세계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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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현해스님 작성일03-06-12 00:00 조회6,303회 댓글0건본문
性中邪見三毒生 卽時魔王來住舍
正見自除三毒心 魔變成佛眞無假
자신의 성품 가운데 삿된 소견과 삼독이 생기면
곧바로 마왕이 찾아와 내집에 머물게 되나니
올바른 소견으로 스스로 탐진치를 없애면
마군이 변하여 부처가 되고
그 가운데 거짓없는 참됨뿐이로다.
이 말씀은 중국 선종의 제6조인 혜능 스님이 지으신 시라고 전해오고 있습니다. 말씀을 다시 새기면, 우리 생각 가운데 한 생각 욕심과 삿된 생각을 일으키니 모든 재앙과 환란이 내 집안에 저절로 일어나게 되고, 올바른 생각을 일으켜서 욕심내는 마음·성내는 마음·어리석은 마음을 없애버리면 마구니가 변해서 바로 부처님이 되고 그 가운데 거짓이 없는 참됨만이 있다는 것입니다.
바야흐로 가을이 깊어 만산이 홍엽으로 불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가을 정취 뒤에 숨겨진 지난 일들은 그리 아름다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견디기 어려운 시련을 겪었습니다. 우리 강원도는 역사 이래로 가장 큰 수재를 겪어야만 했으며, 이 물난리는 엄청난 고통과 아픔을 주었습니다.
저는 수해가 나고 바로 강릉지방을 돌아보았습니다. 잘 곳은 물론 먹을 것도 없고, 입을 것도 없는 이 곳은 아비규환(阿鼻叫喚) 그 자체였습니다. 수재 속에 죽은 이는 죽은 사람들이라지만 오히려 살아 있는 이들의 모습 속에서 더 큰 고통을 보았습니다. 그래서 우리 절 신도님들도 수차례 자원봉사를 하고, 신도님들과 대중 스님들, 그리고 사중에서 보태고 해서 소중한 모금액 2000만원가량을 강릉과 강원도 수해대책본부에 보내서 아픔을 겪고 있는 수재민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했습니다. 모금액이 많고 적은 것이 문제가 아니라 고통과 아픔을 함께 나누고자 하는 마음이 중요하리라 생각됩니다. 저마다 어려운 가운데서도 한마음으로 동참해주신 분들께 이 지면을 빌어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모두 큰 복연을 맺은 것이라 생각됩니다.
지금 중생들이 먹을 것이 없고, 잘 곳이 없고, 추위는 닥쳐오는데 거처할 곳이 없다면 부처님 마음은 어떠하겠습니까. 불보살님은 중생이 고통을 겪으면 마음이 같이 괴롭다고 했습니다. ‘중생이 아프니 내가 아프다’는 유마거사의 말씀이 절절하게 다가옵니다. 사실 부처님 입장에서 보면 모두가 내 자식이고 내 부모입니다. 이런 마음에서 우리 절에서도 힘껏 도우려고 애썼지만 한계도 있었습니다. 해서 돌아가신 분들을 위로하고 한편으로는 부처님 가피로써 다시는 이런 험한 재난을 받지 않도록 해달라고 하는 기원법회를 겸해서 위령제를 지냈습니다.
부처님 말씀에 의하면 본래의 청정한 부처가 고통덩어리인 중생으로 떨어지는 과정을 세 가지로 분류하여 설명하십니다. 그 첫째를 혹도(惑道)라고 합니다. 우주의 진리와 낱낱 사물의 진상을 알지 못하는 데서 일어나는 망심(亡心)을 가리키는 것으로 번뇌(煩惱)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우리 모두는 원래 부처인데 우연한 기회에 번뇌를
일으키고, 우주에 가득 찬 진리와 사물의 참된 모습을 올바로 파악하지 못함으로 해서 중생으로 떨어지는 그 첫째 단계가 바로 혹도입니다. 다음 단계는 업도(業道)입니다. 업(業)을 짓는 장소이지요. 혹(惑)으로 인해 한 생각을 일으키게 되고 그래서 업이 생성되는 세 가지 장소인 신·구·의 삼업을 일으키는 것입니다. 즉 몸으로 세 가지 업을 짓고, 입으로 네 가지 업을 짓고, 뜻으로 세 가지 업을 짓게 됩니다. 그래서 열 가지 악업을 짓게 되면 그 결과로서 고통을 받게 됩니다.
삼업을 일으켜서 세 번째 단계인 고도(苦道)를 받게 되니 여섯 가지 중생으로 변하게 됩니다. 이름하여 천상과 인간, 축생, 지옥, 아귀, 아수라 등 여섯 가지 결과로 나타나게 됩니다. 그래서 본래 부처가 한 생각 삿된 생각으로 인해서 이 3단계를 거쳐서 고통받는 중생으로 변한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되돌아 3단계를 거쳐가면 바로 우리 본래의 모습인 부처의 모습을 찾게 된다는 것입니다. 열 가지 악업을 짓지 말고 열 가지 착한 업을 지을진대는 처음 그 혹도(惑道)의 삿된 생각이 없어지고 청정한 원래의 모습을 회복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실 우리에게 엄청난 재난과 고통을 준 지난번의 수해도 가만히 관찰해보면 우리 중생들이 지은 업의 소산이라고 아니할 수 없습니다. 제가 수해지역을 다녀본 결과에 비추어 보면, 산을 깎고 골짜기를 메우고 했던 곳에 수해가 빚어졌고 피해 역시 컸습니다. 우리 모두가 지은 공동의 업이요, 이 시대 우리가 지은 현생업(現生業)임을 부정할 수 없었습니다. 이 현생업이 이번 수해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었으며, 또한 전생에 지은 악업의 과보도 있었음을 시인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인과와 인연의 도리는 어떤 누구도 피해갈 수 없음을 다시 한 번 절실히 느꼈습니다.
바른 행동, 바른 생각을 가질 때에 내가 부처고 너가 부처며, 이 땅이 부처의 세계로 변화됩니다. 이처럼 바로 지금 내가 사는 세상을 부처의 세계로 바꾸는 것이 부처님의 목적이자 이 시대 불자의 목적이 아닐 수 없다. 이 세상에 살면서 내 마음이 편안해지면 내 이웃이 편안해지고, 내 이웃이 편안해지면 이 땅이 편안해지는 것입니다. 이렇게 이 땅이 극락으로 이루어질 때 죽으면 그대로 극락이요, 정토요, 부처님 가르침의 목적이 성취되는 것입니다. 이 땅에서 극락을 이룰 수 있는 지름길이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우리 신도님들께서는 지난 여름 수해를 만났을 때처럼 이웃에 고통받는 사람이 있으면 함께 나눔으로써 그 고통을 덜어내고, 다함께 밝음으로 향하는 보살의 길을 걸을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 옛말에 ‘백짓장도 맞들면 낫다’는 속담이 있듯 이웃이 고통받을 때 우리가 도와주고 그것을 같이 나누면 이웃의 고통이 줄어드는 겁니다. 고통이 줄어들 때 이 사바세계도 부처님 세계에 가까워지는 것입니다. 우리가 이런 마음과 행동으로 살아갈 때 이 땅이 그만큼 부처님 국토에 가까워지는 것이고 점점 살기좋은 국토로 변화될 것입니다.
若人欲識佛境界 當淨其意如虛空
遠離妄想及諸取 令心所向皆無碍
이 말씀은 화엄경에 나오는 것입니다. 만약에 사람이 부처님의 경계를 알고자 한다면 마땅히 그 뜻을 허공과 같이 할 것이요. 잘못된 생각과 망상을 멀리하고 항상 모든 집착을 없애며 마음이 향한 바를 항상 걸림없이 하면 바로 부처가 된다는 소리입니다.
부처가 되고 싶으면 마음을 허공과 같이 깨끗하게 비우고 잘못된 생각, 잘못된 집착을 버리고 늘 내 생각 속에서 걸림없이 행동하고, 내 생각을 부처님 말씀·부처님 성품에 가까이 가도록 해야 합니다.
이렇듯 우리 월정사 신도님 모두가 불퇴전의 정진 속에 진일보하고 더욱 환한 인연으로 거듭 일신해가기를 축원합니다.
나무 마하반야바라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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