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선에 대하여

■ 번역 ■

우리가 평소에 선(禪)에 대하여 말하지 않는 것은 선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비단 우리들만 알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현재·미래의 모든 부처와 역대 조사와 천하 선지식, 노화상이 한 사람도 선을 아는 자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어떤 때에는 선에 대하여 잘 말하나니 그것은 선을 잘 알기 때문이다. 비단 우리들만 잘 아는 것이 아니라 삼세의 모든 부처와 역대 조사와 천하 선지식, 노화상과 꿈틀거리는 모든 미물까지 선을 알지 못하는 자가 없기 때문이다.

선을 알지 못할 때에는 부처님과 조사께서 입을 벽 위에 걸고 눈을 이마 뒤에 두거니와, 선을 잘 아는 때에는 말이 천하에 가득하더라도 말의 허물이 없는 것이니, 이제 말의 허물이 없는 소식을 가지고 한 줄기 도를 통하려 한다. 이 소식은 온전히 일체중생의 보고, 듣고, 느껴 아는 알음알이가 아니며, 또한 보고, 듣고, 느껴 아는 것을 떠나서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므로 《화엄론》에 이르시기를, “인생의 근본무명(根本無明) ― 분별하는 종자로써 부동지불(不動智佛)을 이루어 믿음〔信〕으로 깨달음에 드는 문을 삼는다.”하시고, 황벽선사1)가 이르시되, “견문각지상(見聞覺知上)에서 본심을 인지(認知)한다.” 하셨다.

또 보조국사 이르시되, “교를 배우고 선을 배우는 자가 비록 묘지(妙旨)를 만나더라도, 이것은 모두 성인의 경지〔聖境〕라고 미루고, 스스로 겁약한 생각을 내는 것은 자기가 마음으로 날마다 쓰는 견문각지의 본성(本性)이 이 최상의 대해탈〔無等等大解脫〕인 줄을 깊이 관찰하지 못하는 까닭이다.”고 하셨다.

이 ‘지(知之一字)’에 대하여 경론(經論)과 조문(祖門)에 설명한 곳이 또한 많으니, 《화엄경》에 “각수보살이 문수보살께 불경계(佛境界)의 지(知)에 대하여 물으시니 문수보살이 게송으로 답하기를, 분별심으로 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또한 마음의 경계도 아니다. 그 성품이 본래 청정하여 모든 군생에게 열어 보여 깨닫게 한다(非識所能識, 亦非心境界, 其性本淸淨, 開示諸群生).” 하시고, 《기신론(起信論)》에서는 “진실식지(眞實識知)”라 하시고, 《보장론(寶藏論)》에 “그 지(知)의 지(知)는 있고 없는 것을 사량분별하지 않는다.” 하시고, 달마조사 게송에 이르시되, “내가 본래 마음을 구하여 스스로 그 마음을 지녔으니, 마음을 찾아도 찾을 수 없거든 마음의 앎〔心知〕을 기다려라(我求本心 心自持 求心不得 待心知).” 하시고, 구나함불2)의 《전법게》에 이르시되, “부처는 자신을 보지 못하나니 지(知, 아는 마음)가 바로 부처다. 만일 실제로 지(知)가 있다면 그 밖에 따로이 부처가 없도다(佛不見身知是佛 若實有知別無佛).”하시고, 혜가대사3)가 이르시되, “요요히 항상 알기 때문에 말로써 미칠 수 없다.” 하시고, 석두화상이 이르시되, “나의 법문은 옛 부처가 전수하시되, 선정과 해탈을 의논하지 아니하고 오직 부처님의 지견을 통달함이라.” 하시고, 하택4)은 “공적영지(空寂靈知)”라 하시고, 규봉5)은 “본적본지(本寂本知)”라 하시고, 기타 모든 경론 가운데 말한 바 진여·원각·보리·열반·반야·바라밀 등이 모두 진지(眞知)를 가리킴이니, 그 사실은 곧 일체 인생의 본원각성(本源覺性)이며 청정심체(淸淨心體)이다.

이 심성을 깨달으면 일반적으로 모든 부처와 동등하고 이 심성을 미혹하면 만겁에 생사를 윤회하나니, 삼세(三世)의 보살이 한 가지로 배움이 이 마음을 배움이요, 삼세제불(三世諸佛)이 한 가지로 증득함이 이 마음을 증득함이요, 일대장교(一大藏敎)에 설해진 것이 이 마음을 나타냄이요, 일체 인생의 미혹함이 이 마음을 미혹함이요, 일체 수행인의 깨달음이 이 마음을 깨달음이요, 일체 모든 조사들이 서로 전함이 이 마음을 전함이요, 천하 납승의 참방(參訪)함이 이 마음을 참방함이니, 이 마음을 통달한즉 온갖 것이 모두 옳고 만물에 온전히 드러남이요, 이 마음이 미(迷)한즉 가는 곳마다 전도되고 생각마다 어리석어지니, 이 본체(本體)는 일체 인생의 본래 있는 깨달음의 성품이며, 진소국토(塵少國土)가 발생하는 근원이다.

그러나 이 도는 배워서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니 마음을 가져 도를 배우려 하면 도리어 미(迷)하나니 배울 수가 없기 때문에 깨달음도 없고, 깨달음이 없기 때문에 닦을 것도 없고, 닦을 것도 없기 때문에 증득할 것도 없는 것이다.

이렇게 없다는 말을 듣고 없다는 견해에 집착하면 또한 공견단견(空見斷見)에 떨어지고, 견문각지(見聞覺知)를 잘못 인식하여 소득심(所得心)이 있다고 집착하면 또한 공견상견(空見常見)에 떨어지나니, 그러므로 육조대사가 이르시되, “망(妄)이 따로 처소가 없고 어디든지 집착하는 곳이 바로 망(妄)이라.” 하셨다.

그런즉 인생의 무시겁래(無始劫來)의 습성과 망령된 집착이 견고하여 뽑아 버리기 어려움은 수미산과 같고, 용솟음쳐서 멈추지 아니함은 큰 바다의 풍랑과도 같아서, 도에 들어가기가 어려운 것으로 말하자면 푸른 하늘로 올라가기보다 더 어려운 것이다. 그러나 한 생각의 기틀을 돌이키면, 대지광명(大智光明)이 사람마다 본래 스스로 구족하여 불조(佛祖)와 더불어 털끝만큼도 다르지 않으므로, 상근기의 큰 지혜가 있는 자는 한 번 들으면 천 가지를 깨달아서 대총지(大總持)를 얻나니, 얻고 나면 피곤할 때 잠자는 것보다 쉬운 것이다.

예로부터 상근기의 깨달은 기연(機緣)이 전기에 실려 있어 일일이 들기 어려우나 그 가운데 한두 가지만 들어 말하자면, 석공선사(石鞏禪師)6)는 본래 사냥꾼인데 노루를 쫓아 마조의 암자 앞을 지나다가 마조선사에게 물었다.

“내가 쫓는 사슴을 보셨습니까?”
마조가 “그대는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저는 사냥꾼이올시다.”
“그대는 활을 쏠 줄 아는가?”
“예, 압니다.”
“화살 하나로 몇 마리나 잡는가?”
“화살 하나로 한 마리씩 잡습니다.”
“그렇다면 그대는 활을 쏠 줄 모르는구나.”
“화상께서는 화살을 쏠 줄 아십니까?”
“알고 있소.”
“화상께서는 화살 하나로 몇 마리나 잡습니까?”
“나는 화살 하나로 한 무리를 쏜다.”
“피차(彼此) 똑같은 생명인데 어찌하여 한 무리씩이나 잡습니까?”
“그렇다면 그대는 어찌하여 자기 자신은 쏘지 않는가?”
“저에게 자기 자신을 쏘라고 하면 손을 쓸 수가 없습니다.”

이에 마조가 다시 말하였다.
“여러 겁 동안 쌓인 이 사람의 무명이 즉시 얼음 녹듯 사라졌구나.”
그러자 석공이 활을 꺾어 버리고 시자(侍者)가 되었다.

고정간(高亭簡)선사7)는 강 건너 멀리서 덕산을 보고 합장하면서 “안녕하십니까?” 하였는데 덕산이 부채로 부르시니, 고정간선사가 갑자기 피해 달아난 것과, 구지화상이 천룡의 한 손가락 세우는 데 크게 깨달은 것 등이 이것이다.

그러므로 조사 문하에 쉬운 것을 주로 하고 어려움은 말하지 아니하니, 왜냐하면 어느 곳이든지 버드나무에 말을 맬 수 있으며, 집집마다 문 앞의 큰 길은 모두 장안으로 통해져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 누가 분(分, 자격)이 없으며, 그 누가 할 수 없겠는가? 산 너머 연기를 보면 불이 난 줄 알고 담장 너머 뿔을 보면 소가 있는 줄 아나니, 참으로 이른바 하지 않을 뿐,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부처와 중생이 한 이치로 고루 평등하고, 범부와 성현이 둘이 아니건만 다만 믿지 않는 것이 유감이니, 믿는 마음만 발하면 본래 생긴 천진 불성을 누구에게 양도하며 무슨 마음으로 물러서리요. 그래서 《화엄경》에 이르기를, “믿음이 능히 여래지(如來地)에 이르며, 믿음이 능히 지혜의 공덕을 자라게 한다.” 하셨다. 그런즉 신심을 내는 자가 곧 여래의 혜명(慧命)을 이을 분이다.

오호라! 성현께서 태어나신 지 오래 되어 게으른 사람이 많고 부지런한 이는 적어서, 자기의 일을 전부 망각하고 쓸데없는 탐진아만(貪瞋我慢)과 허망한 명상(名相)과 유위(有爲)에 집착하여, 마음을 돌이킬 줄을 모르고 일생을 헛되이 보내서 어느덧 머리가 백발이 되었도다. 천당으로 갈지 지옥으로 갈지 앞길이 망망하니 누구를 탓하리오. 참선 못한 내 탓이다.

눈물이 비오듯 쏟아지니 쓸쓸하기 짝이 없고,
슬픈 바람 이는 곳에 찬 기운만 서늘하다.
황량한 풀밭에 부질없이 돌 비석만 서 있고
버드나무 가지에 공연히 종이 돈(저승 돈)만 걸렸도다.
죽을 때를 당하여 이와 같은 비참한 상황을 면하지 못할 것이니 어찌 슬픈 일이 아니랴. 뜻있는 장부는 들으라!
옷 안의 밝은 구슬을 어째서 찾지 못하고
떠돌이 걸식 즐겨하며,
집 안 보물 창고는 왜 버리고
비렁뱅이 거지를 면하지 못하는가?

옷 안의 밝은 구슬을 속히 찾고 집 안의 보물 창고를 얻으려면, 사대색신(四大色身)이 헛된 줄을 관하고 육진(六塵)의 인연 그림자가 실다움이 없는 줄을 깨달으라. 불조의 진실한 말을 베껴서(抄寫) 말하려면, 바닷물로 먹을 갈아 쓴다 해도 다하지 못하리라. 진실한 공부를 얻으려면 많은 말이 필요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나옹조사가 이르시기를, “백천 가지 방편과 억만 가지 말이 이곳에 쓸데없다.” 하셨다.

한 선화자(禪和子, 수좌)가 곁에 있다가 피식 웃으며 말하기를, “앞의 말씀이 모두 잘 아는 말이거늘, 첫머리에 선(禪)을 알지 못한다고 하신 말씀은 그 뜻이 어디에 있습니까?”

내가 말하기를, “너는 어찌 이 말을 듣지 못했는가? 부처님께서는 ‘아는 것이 없다〔無識〕’고 하셨고, 달마는 ‘모른다〔不識〕’고 하셨고, 육조는 ‘불법을 모른다〔不會佛法〕’고 하셨다.”

그 선화자(수좌)가 말하였다.
“어찌하여 (달마는) ‘모른다〔不識〕’고 했고, (육조는) ‘불법을 모른다〔不會〕’고 했습니까?”

내가 말하였다.
“모르기 때문에 불식(不識)이라고 했고, 알지 못하기 때문에 불회(不會)라고 한 것이다.”
“저는 실로 어둡고 우둔하여 낙처(落處, 말의 핵심)를 모르오니 자세히 일러 주시기를 바랍니다.”
“불회(不會)임을 아는 그 자리가 곧 불식(不識)을 아는 그 자리요, 아는 것〔識〕을 알지 못하는 그곳이 곧 아는 것〔會〕임을 알지 못하는 곳이니라.”

선화자(수좌)가 말하였다.
“그러면 회(會)와 불회(不會), 식(識)과 불식(不識)이 둘이 아니라는 말씀인가요?”
“그대가 무엇 때문에 스스로 전도(顚倒)된 생각을 내는가?”
“어느 곳이 저의 잘못된〔顚倒〕 곳입니까?”
“회(會)와 식(識)을 들으면 곧 회(會)와 식(識)에 대하여 분별심을 내고, 불회(不會)와 불식(不識)을 들으면 곧 불회와 불식의 분별심을 내니, 이것이 곧 말에 따라 분별심을 내는 것이니, 어찌 잘못됨〔顚倒〕이 아니겠는가?”
“그러면 말에 따라 분별심을 내지 않는다면, 도에 계합할 수 있습니까?”
“그만 두어라. 말하지 마라. 나의 법은 오묘해서 생각하기 어려우니라.”
“그 생각하기 어려운 묘한 이치를 알게 해주소서.”
“푸른 바다가 마르는 것은 볼지언정 끝내 그대에게 말로 통해 줄 수는 없느니라.”

선화자(수좌)가 망연하여 물러가거늘, 내가 “사리야(스님)” 하고 부르니 선화자가 돌아보거늘, 내가 이르기를 “이것이(돌아보는 그놈) 무엇인고!” 하니, 선화자가 말을 하려 하거늘, “할!” 일할(一喝) 하니라.

■ 原文 ■

吾人이 平素에 禪을 말하지 아니하노니 禪을 알지 못하는 까닭이다. 非但 吾人이 알지 못할 뿐 아니라 三世諸佛과 歷代祖師와 天下善知識 老和尙이 一人도 禪을 아는 者가 없으므로서다.

吾人이 有時에는 禪을 잘 말하노니 禪을 잘 아는 까닭이다. 非但 吾人이 잘 알 뿐 아니라 三世諸佛과 歷代祖師와 天下善知識 老和尙과 乃至 一切蠢動含靈이 禪을 알지 못하는 者가 없으므로서이다.

禪을 알지 못하는 때에는 佛佛祖祖가 口掛壁上하고 眼在頂後어니와 禪을 잘 아는 때에는 言滿天下라도 口過가 無함이니 이제 口過가 無한 消息을 잡아 一線道를 通하려 한다. 이 消息은 온전히 一切衆生의 見聞覺知하는 知가 아니로되 또한 見聞覺知를 떠나서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다.

이러므로 《華嚴論》에 이르사되 “人生의 根本無明―分別하는 種子로써 不動智佛을 이루어 信進悟入하는 門을 삼는다.” 하시고, 黃檗禪師가 이르사되 “見聞覺知上에 本心을 認한다.”하시고, 普照國師가 이르사되 “敎를 學하고 禪을 學하는 者 비록 妙旨를 만나나 다 聖境에 미루고 스사로 怯弱을 生함은 自心의 日用하는 見聞覺知의 性이 이 無等等大解脫인 줄로 深觀하지 못하는 까닭이라.”하셨다.

이 知를 經論과 祖門에 說明한 곳이 또한 많으니, 《華嚴經》에 “覺首菩薩이 文殊菩薩께 佛境界知를 물으신데 文殊菩薩이 偈로써 答하사대 識으로 能히 論할 바 아니며, 또한 마음 境界가 아니라 그 性이 本來淸淨하야 모든 群生을 開示(非識所能識 亦非心境界 其性本淸淨 開示諸群生)한다.”하시고, 《起信論》에 “眞實識知”라 하시고, 《寶藏論》에 “그 知의 知는 有無를 計較하지 않는다.” 하시고, 達磨祖師偈云 “내가 本來 마음을 求하야 마음을 스사로 가지노니 마음을 求하야 얻지 못하거든 마음에 知를 기다리라(我求本心 心自持 求心不得 待心知).”하시고, 拘那含佛傳法偈에 云 “佛이 몸을 보지 못함에 知가 이 佛이니 만일 實로 知가 有하면 別로 佛이 無하다(佛不見身知是佛 若實有知別無佛).”하시고, 慧可大師 이르사되 “了了히 항상 아는지라 말로 可히 미치지 못한다.” 하시고, 石頭和尙이 이르사되 “나의 法門은 先佛이 傳授하시되 禪定解脫을 의논하지 아니하고 오직 佛의 知見을 達함이라.” 하시고, 荷澤은 “空寂靈知”라 하시고, 圭峰은 “本寂本知”라 하시고, 其他 諸經論中에 말한 바 眞如 圓覺 菩提 涅槃 般若 波羅蜜 等이 모다 이 眞知를 指함이니 其實은 곧 一切人生의 本源覺性이며 淸淨心體이다.

이 心性을 覺悟하면 一般에 諸佛과 平等하고 이 心性을 迷하면 萬劫에 生死를 隨順하나니 三世菩薩이 한 가지로 배움이 이 心을 學함이요, 三世諸佛이 한 가지로 證함이 이 心을 證함이요, 一大藏敎에 詮顯함이 이 心을 顯함이요, 一切人生의 迷妄함이 이 心을 迷함이요, 一切行人의 發悟함이 이 心을 悟함이요, 一切諸祖의 相傳함이 이 心을 傳함이요, 天下衲僧의 參訪함이 이 心을 參함이니, 이 心을 達한즉 頭頭皆是 物物全彰이요 이 心을 迷한즉 處處顚倒 念念痴狂하나니, 此體는 一切人生의 本有한 覺性이며 塵少國土의 生發하는 根源이라.

그러나 이 道를 可히 배우지 못하나니 마음을 가져 道를 배우려 하면 도리어 道를 迷하리니, 배울 수가 없는 故로 悟도 無하고 悟가 無한 故로 修도 無하고 修가 無한 故로 證도 無한 것이다.

이 無한 말을 듣고 無한 見을 執하면 또 空見斷見에 떨어지고 見聞覺知를 認着하야 有所得心을 執하면 또 空見常見에 떨어지나니 이러므로 六祖大師 이르사되 “妄이 따로 處所가 없고 어디든지 着한 곳이 이 妄이라 ”하셨다.

그런즉 人生의 無始劫來에 習性妄執이 堅固하야 拔하기 難함은 須彌山과 如하고 洶湧하야 停하지 아니함은 大海風浪과 如한 故로 道에 入하기 難한 것으로 말하면 難於上靑天이다. 그러나 한 생각의 機를 돌이키면 大智光明이 人人箇箇 本自具足하야 佛祖로 더불어 分毫도 다르지 않은 故로 上根大智는 一聞千悟하야 大總持를 得하나니 得할 時에는 易於困打睡이다.

古來로 上根悟入한 機緣이 傳記에 載在하야 一一히 枚擧키 難하오니 其中에 一二를 들어 말하면 石鞏禪師는 本來 獵人이라 鹿을 逐하야 馬祖堂前에 到하야 馬祖께 問하되 還見我鹿否잇가. 祖云 汝는 何人고. 石鞏이 答云 我는 獵人이로소이다.

祖云 汝解射否아. 答云 我解射하노이다. 問曰 一箭으로 射幾箇오. 答云 一箭으로 射一箇하노이다. 祖云 汝不解射로다. 鞏云 和尙이 還解射否잇가. 祖云 我解射로라. 鞏云 一箭으로 射幾箇니잇고. 祖云 我 一箭으로 射一群이로라. 鞏云 彼此 生命이어니 何得射一群이니잇고. 祖云 汝若如是댄 何不自射오. 鞏云 만일 我로 하여금 스사로 射하라 하시면 下手할 곳이 無합니다. 祖云 這漢의 曠劫無明이 當下에 얼음 녹듯 하였도다.

鞏이 箭을 折하고 侍者가 되였고 高亭簡禪師는 江을 隔하야 德山을 望見하고 禮拜云 不審이라 한대 德山이 扇으로써 招하시니 簡이 橫趨하야 去한거와 俱�和尙이 天龍의 一指를 竪하는데 大悟한 等이 이것이다.

이러므로 祖師門下에 易를 主하고 難을 말하지 아니하니 왜 그러냐 하면 處處綠楊堪繫馬요 家家門前에 通長安이다. 뉘가 分이 없으며 뉘가 能치 못하리요. 山을 隔하야 烟을 見하면 火가 起한 줄 知하고 墻을 隔하야 角을 見하면 牛가 有한 줄 知하나니 眞所謂 不爲也언정 非不能也로다.

佛與衆生이 一理齊平하고 凡夫와 聖賢이 둘이 아니것마는 다만 信치 않는 것만 遺憾이니 信心만 發하면 本來 생긴 天眞佛性을 誰人에게 讓渡하며 何心으로 退步하리요. 故로 《華嚴經》에 云 “信이 能히 如來地에 이르며 信이 能히 智功德을 增長한다.”하셨다. 그런즉 發信者가 卽是 如來慧命을 續할 者이다.

嗚呼라 時降聖遠하야 懈怠者가 多하고 勤行者가 少하야 自己事를 全昧하고 쓸데없는 貪瞋我慢과 虛妄한 名相有爲를 執着하야 마음 돌이킬 줄을 알지 못하고 一生을 空過하야 颯然히 白首로다. 天堂 갈지 地獄 갈지 前路가 茫茫하니 누구를 恨하리요, 參禪 못한 내탓이다. 淚雨灑時에 空寂寂이요 悲風動處에 冷풢풢로다. 荒草畔에 부질없이 石碑만 서서 있고 綠楊中에 空然히 紙錢만 걸렸도다. 下梢頭를 當하야는 이와 같은 悲慘한 境界를 免하지 못하나니 어찌 可惜하지 아니하랴.

有志 丈夫 들어보소 衣內明珠 왜 못찾아 流離짵乞 즐겨하며 宅中寶藏 왜 버리고 窮子 못 免하나. 衣內明珠를 速히 찾고 宅中寶藏을 얻으려면 四大色身이 虛幻한 줄로 觀하시고 六塵緣影이 實이 없는 줄로 覺悟하시요. 佛祖의 誠實한 말을 抄寫하야 말하려면 海墨寫而不盡이오나 眞實工夫 얻으려면 多言을 不用이니 이러므로 懶翁祖師 이른 말씀 百千方便 億萬說話 이곳에는 쓸데없다 하셨습니다.

한 禪和子 傍에 在하였다가 笑하야 曰 上來葛藤이 모다 잘 아시는 말이어늘 첫머리에 달라들어 禪을 알지 못한다는 말은 其意가 何在잇고. 余曰 汝豈不聞가. 佛이 無識이시고 達摩가 不識이시고 六祖가 不會佛法이시니라. 禪和子曰 어찌해서 不識不會니잇고. 余曰 不識不識이요 不會不會니라. 禪和子曰 某實暗鈍하야 落處를 不知오니 자세히 일러주시기를 바랍니다. 余曰 不會의 會處가 卽是 不識의 識處요 識의 不識處가 卽是 會의 不會處이니라.

禪和子曰 그러면 會與不會와 識與不識이 둘이 아니라 하시는 말인가요. 余曰 梨가 爲甚큯하야 自生顚倒오. 禪和子曰 甚큯處가 나의 顚倒니잇고. 余曰 會와 識을 聞하면 會와 識의 解를 生하고 不會와 不識을 聞하면 不會와 不識의 解를 生하니 이는 곧 語를 隨하야 解를 生하는 者라 어찌 顚倒가 아니리요. 禪和子曰 그러면 隨語生解하지 아니하면 道에 契合하나잇가. 余曰 住住. 不須說하라. 我法이 妙難思니라. 禪和子曰 그 難思의 妙를 通하야 주소서. 余曰 任從滄海渴이언정 終不爲君通이니라. 禪和子 茫然하야 退하거늘 余喚云 梨야. 禪和子 回首하거늘 余曰 是甚큯오. 禪和子 語를 進코저 하거늘 喝一喝하니라.

1) 황벽(黃檗, ?~850) : 법명은 희운(希運). 중국의 유명한 선승. 백장(百丈)선사의 법을 잇다. 그가 염관사(鹽官寺)에 있을 때 예불하는 자리에서 뒷날의 선종(宣宗)이 그에게 법을 물었는데 그는 세 번이나 뺨을 때렸다. 뒤에 선종이 즉위하여 그에게 ‘추행사문’ 즉 ‘행실이 거친 중’이란 법호를 주려고 하자, 배휴(裵休)가 간하기를, “황벽선사가 폐하에게 세 번 손질한 것은 폐하의 삼세(三世) 윤회를 끊어준 것입니다.”라고 하여 단제선사(斷際禪師)의 호를 내렸다 한다.

2) 구나함모니(拘那含牟尼) : 가나가모니(迦那伽牟尼), 구나모니(拘那牟尼), 구나함(拘那含)이라고도 함. 과거 칠불의 다섯 번째. 현겁천불(賢劫千佛)의 두 번째.

3) 혜가(慧可) : 중국 선종(禪宗)의 제2조. 법명은 신광(神光). 낙양 사람. 스승인 달마의 가르침을 받고자 자신의 팔을 잘라 강렬한 구도의 뜻을 표하여 결국 달마의 선법을 잇다. 시호는 정종보각대사(正宗普覺大師).

4) 하택(荷澤, 685~760) : 신회선사(神會禪師)라고도 한다. 당나라 스님. 저서로는 《현종기(顯宗記)》와 《신회어록(神會語錄)》 3권, 《하택미결(荷澤微決)》 1권이 있다.

5) 규봉(圭峰, 780~841) : 중국 당나라 스님. 화엄종의 제5조. 법명은 종밀(宗密). 시호는 정혜선사(定慧禪師). 저서로는 《원각경대소(圓覺經大疏)》, 《화엄윤관》 15권, 《기신론주》 4권, 《원각도량수증의》 18권, 《기신론소》 4권 등 모두 200여 권이 있다.

6) 석공화상(石鞏和尙) : 마조(馬祖)의 제자인 혜장선사(慧藏禪師). 무주(撫州)의 석공(石鞏)에 머물렀으므로 붙여진 이름이다. 생몰연대(生沒年代)는 미상(未詳).

7) 고정간(高亭間) : 생몰연대 미상. 덕산선사의 법을 잇다.

■ 해설 ■
이 글은 선에 대한 법문으로서 <불교> 제100호(1932년 10월호)에 수록되어 있다. 선은 언설로써 다 표현할 수 없다. 그래서 달마조사는 양무제가 "성제제일의(聖諦第一義)"에 대하여 물었을 때 "모른다(不識)"고 답하였고, 부처님께서도 "모른다"고 하셨고, 육조혜능 또한 "불법을 모른다"고 설하셨다. 그리고 경허스님의 게송에서도 "부처와 중생을 나는 모른다(佛與衆生吾不識)"고 하셨다는 것이다. 한암(漢岩)선사께서는 허환(虛幻)의 색신(色身)을 관하여 알 수 없는 진처(眞處)를 깨닫는 것이 불식(不識)의 식처(識處)임을 갈파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