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봉스님에게 보내는 서간문(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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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월정사 지킴이 작성일13-12-23 10:52 조회6,097회 댓글0건본문
■ 번역 ■
보내온 글을 받아보니, 어둠 속에서 촛불을 대하듯 궁금하던 소식을 알겠습니다. 도체(道體) 평안하시다니 얼마나 안심이 되는지. 제(弟)는 여전히 잘 지내고 있습니다.
성해사숙(聖海師叔)님의 영정(影幀)을 봉안하는 일은 그의 사좌(嗣佐)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인즉, 그 말씀을 들으니 기쁘기 한량없습니다.
이미 영정을 봉안하려 한다면, 세상의 범절대로 모시는 것이 마땅한 듯하오니 구태여 일원상(一圓相)을 해서 사람들의 눈을 놀라게 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영찬(影讚)은 그렇게 급한 일이 아닌 것 같아서 제(弟)가 본사에 돌아가는 날에 써 드릴까 생각하니 양해하십시오. 그러나 제(弟)는 본래 저술에 서툴고 한묵(翰墨)을 멀리한 지도 오래된 지라, 쓰기는 하더라도 사람들의 웃음거리를 면치 못할 것 같으니 그 사이에도 혹시 글과 법에 능한 분을 만나거든 찬(讚)을 짓게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세 가지 설문(設問)에 대한 첫 번째 답은,
“하늘을 충천하는 기운에 두 가지가 있으니, 사(邪)와 정(正)입니다. 어떤 것이 사(邪)인가 하면, 장부가 스스로 충천하는 기운이 있다면 불조(佛祖)가 간 길은 따라가지 않는 것이요, 또 어떤 것이 정(正)인가 하면, 장부가 스스로 충천하는 기운이 있다면 불조(佛祖)가 갔던 길은 따라가지 않는 것입니다.”라고 하겠습니다.
누가 쫓아와 묻기를, “네가 오히려 사정(邪正)을 벗어나지 못한 곳에 걸려 있지 않느냐.”라고 말한다면, 나는 “내가 걸렸나, 네가 걸렸나.”고 하겠습니다.
두 번째와 세 번째의 물음도 저 첫 번째의 물음 가운데 있는 소식이니 거듭 말해서 번거로이 제안할 필요가 없사오니, 자세히 살피소서.
이만 줄입니다.
기사(1929년) 음 2월 25일
문제(門弟) 한암
■ 原文 ■
瞻餘惠翰에 暗中明燭이라 仍承審 道體候 以時康旺하니 何等仰慰之地로소이다 弟는 姑遣而已이라 聖海師叔主 影幀奉安事는 爲其嗣佐하야 當爲之事則聞不勝喜賀萬千耳라 旣爲奉影則依世諦例하야 掛影以安이 可也오니 不必一圓相하야 以駭人目耳이니라
影讚은 不是急忙之事오니 弟之將還本寺之日에 寫呈爲計오니 諒之焉하소서 然弟本無著述之能이오 而又置之翰墨이 久矣라 難爲寫呈이나 未免取笑於人矣오니 間或 逢着於能文能法者어던 以爲讚寫가 如何잇고 三問에 對하야 一, 衝天氣가 有二하니 曰邪와 正이라 如何是邪오 丈夫自有衝天氣하니 不向佛祖行處行이라 如何是正고 丈夫自有衝天氣하니 不向佛祖行處行이니이다 有人이 出來云 汝尙未離邪正所碍라하면 只向他道호대 我碍아 汝碍아 호리이다 二問三問은 不出於一問中消息이오니 不必重陳하야 以煩提也오니 大須審細하시옵쇼셔 不備謝禮
己巳(1929년) 陰 二月 二十五日
門弟 漢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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