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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쥐 잡듯이(猫浦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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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월정사 지킴이 작성일11-07-15 14:40 조회6,506회 댓글0건

본문

고양이가 쥐 잡듯이

번역 ■
내가 먼저 실행한 뒤에 말을 하면 다른 사람이 반드시 믿고, 내가 먼저 실행하지 아니하고 말을 하면 타인은 반드시 믿지 않나니, 믿지 않는 말을 말하는 것은 어리석은 범부의 말이요, 진실하고 믿을 만한 말을 하는 것은 성현의 말이다. 성현(聖賢)의 말을 듣고 실행하면 범부가 즉 성현이요, 성현의 행을 행하여 언교(言敎)를 내리면 언교가 역시 성현이니, 그러므로 우리 범부는 성현의 언교를 힘써 배우고 본받아 행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성현의 언교가 방책(方冊)에 실려 있어 명백하게 지시(指示)하여 사람마다 보고, 듣고, 읽고, 외우지마는 실행하는 이가 드문 것은 어째서인가. 허물을 말하려면 하나 둘이 아니겠지만, 가장 큰 허물은 너무 널리 배우고 많이 듣는 것에 급급하여 마음과 뜻이 착란하여 요지를 체득하는 데 등한시하는 까닭인 것 같습니다.

그러면 학문에 뜻을 둔 이가 처음 출발점에서 먼저 자기 마음에 확신할 수 있는 언교를 일언반구라도 일생 동안 스승으로 삼아 실지로 학습 수행하면, 비록 박식한 큰 선비의 명예를 얻지 못하더라도 자기 본분의 실업(實業)상에는 참으로 이익이 있을 것이요, 또 이익이 있는 동시에 진보하여 물러나지 않으면 자연히 널리 듣고 지혜가 많아져서 성현의 지위에 이를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제 옛 어른들의 순순한 가르침 가운데 곧바른 지름길의 법어를 한 구절 적어서 《금강저》를 애독하는 첨전(僉前, 모든 분들)에 드리려 합니다.

필자도 또한 실행은 못하지만 동학하는 도반들에게 탁마1)하여 서로 돕는 마음으로 자신의 부족함을 돌아보지 않고 이 말을 적어 초(抄)하오니, 배부른 사람은 공양하지 않아도 되려니와 혹 배고픈 사람이 있을런지요. 곧 아래에 법어를 쓰려 합니다.

예전에 회당선사(晦堂禪師)2)가 초당사(草堂師)에게 이르되, “네가 세간에 고양이가 쥐 잡는 것을 보았느냐? (고양이가 쥐를 잡을 때에는) 두 눈으로 똑바로 쥐를 바라보면서 네 발을 웅크리고 앉아서 꼼짝도 하지 않고, 안이비설신의 육근(六根)이 쥐가 있는 쪽을 향하게 하고, 머리와 꼬리가 일직선으로 된 후에는 달성하지 못함이 없어서 반드시 쥐를 잡나니, 공부하는 사람도 또한 이와 같아서, 진실로 마음에 다른 반연(攀緣)3)이 없고 망상이 끊어져 육창(六窓 : 六根)이 고요하여 단정히 앉아 묵묵히 참구하면 만(萬)에 하나라도 잃어버림이 없다.”고 하셨으니, 이는 선에 대한 비유로 법(法)에 합하고 가장 분명하게 제시하신 법문이다. 세간(世間)과 출세간(出世間)4)의 이사(理事)에, 전일(專一)한 마음으로 하지 않으면 성취할 도리가 없으며, 또한 성취하지 못할 뿐 아니라 필경에 자기 자신까지 어느 지경에 이를지 모르게 될 것입니다.

비유하자면 고양이가 마음과 눈이 움직이면 쥐만 잡지 못할 뿐 아니라 고양이 자신까지 달아나고 맙니다.

그러한즉 우리들이 불문조역(佛門祖域)에 투신하여 도덕이나 사업이나 무엇이든지 도모하여 얻고자 한다면, 전일(專一)한 직심(直心)으로 시작하고, 끝맺지 아니하면 아무것도 이루어지는 것은 없습니다. 그래서 이 법어가 가장 긴요한 줄로 생각하여 이와 같이 잘 기록하지 못한 것을 써서 드리오니, 이 말을 누가 잘 알지 못하겠습니까? 알고도 짐짓 등한시하면 별로 이익이 없고, 행여 돌아보아 자세히 살펴 일생에 스승을 삼아 각기 책임을 맡은 대로 한결같이 마음을 써서 정진 수행하면, 이보다 더 요긴하고 묘한 법이 없을 것입니다. 송하여 가로되,

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큰 저택의 담장가에서 고양이가 쥐 잡는 것을……
마음과 눈이 움직이지 않고 한 곳만 응시하고 있구나.
또 보지 못했는가.
촌집 둥지 속에 닭이 알을 품는 것을……
따뜻한 기운을 지속하여 잠시도 떼지 않는구나.
지사(志士)의 행업(行業)도 또한 이와 같아서
순일(純一)하여 묘함을 얻어 혼연히 말을 잊는다.
혼연히 말을 잊음이여,
혼침(昏沈)5)에도 떨어지지 않고 도거(掉擧, 망상) 하지도 않는다.
만행(萬行)과 만덕(萬德)을 여기에서 이루나니
이루고 못 이룸은 모두 자기에게 달렸도다.


■ 原文
내가 먼저 實行한 後에 言하면 사람이 반드시 信하고 내가 먼저 實行하지 아니하고 言하면 사람이 반드시 不信하나니 不信의 言을 言하는 者는 凡愚의 言이요, 實信의 言을 言하는 者는 賢聖의 言이라. 賢聖의 言을 聞하고 實行하면 凡愚가 卽是 賢聖이오 賢聖의 行을 行하야 言敎를 垂하면 言敎가 亦是 賢聖이니 그런즉 우리 凡愚는 賢聖의 言敎를 힘써 배우고 본받아 行하지 아니치 못할지라.

賢聖의 言敎가 方冊에 載在하야 明白하게 指示하사 人人箇箇가 다 見聞讀誦하것만은 實行하는 者가 稀少함은 何也오. 過失을 말하려면 一二가 아니겠지마는 너무 廣學多聞에 急先務가 되야 心意가 錯亂하야 要旨를 體得하는데 等閑視하는 까닭인 것 같습니다.

그러면 學術에 有志한 者가 最初 進步地에 먼저 自己 마음에 可히 信하였음즉한 言敎를 一言半句라도 一生에 師範을 삼아 實地로 學習修行하면 비록 博識巨儒의 名譽를 得하지 못하나 自己本分 實業上에는 참으로 利益이 有할 것이요.

또 利益이 有한 同時에 進步不退하면 自然 博聞多智하야 賢聖의 地位에 至할 것이올시다. 이러므로 이제 古人의 淳淳한 敎誨中에 直截徑要의 法語를 하나 적어서 《金剛杵》를 愛讀하는 僉前에 供하려 합니다.

筆者도 또한 實行은 못하오나 同學伴衆에게 琢磨相助하는 마음으로 面皮厚를 不顧하고 이 말을 記抄하오니 飽人은 不須供養이어니와 或 絶陳之士가 有할른지요. 此下는 곧 法語를 쓰려 합니다.

昔에 晦堂禪師가 草堂師에게 告해 가라사되, 네가 世間에 猫兒가 捕鼠함을 보았느냐. 雙目으로 直視하야 끔쩍이지 아니하고 四足을 踞地하야 動하지 아니하며 六根(眼耳鼻舌身意)이 보는 대로 모두어 向하고 首尾가 一直한 然後에는 마치지 못함이 없어 반드시 鼠를 捕하나니, 做工人도 亦復如是하야 진실로 능히 마음에 다른 攀緣이 無하고 意에 妄想이 끊어저 六窓(卽六根)이 寂靜하야 端坐하야 默究하면 萬에 하나도 失함이 없다 하시니, 이는 禪에 對하야 譬喩法合으로 實實落落하게 提示하신 法門이어니와 世間과 出世間 於事於理에 이 專一한 마음이 아니면 成就할 道理가 無하리니, 또한 成就하지 못할 뿐 아니라 畢竟에 自己身世까지 不知至於何境일 것이다.

譬컨대 猫兒가 心目이 動하면 鼠만 捕하지 못할 뿐 아니라 猫兒까지 走却하고 맙니다.

然則 吾輩가 佛門祖域에 投身하야 道德이나 事業이나 무엇이든지 圖得하자면 專一直心으로 有始有終하지 아니하고 될 수 있습니까. 故로 이 法語가 가장 緊要한 줄로 생각하고 이와같이 잘 기록하지 못하는 것을 써서 供하오니 이 말씀을 누가 알지 못하오리까. 알고도 짐짓 等閑視하면 별로 利益이 有할 게 없아오나 幸여 돌아보아 仔細히 살펴 一生에 師範을 삼아 各其 責任 當한 대로 專一케 用心하여 進行하시면 이에서 더 要妙한 法이 無할까 하노이다.

頌曰
君不見가
大宅墻邊猫捕鼠여
心眼不動注一處로다
又不見가
村舍㏀裏鷄抱卵이여
暖氣相續不暫擧로다
志士行業亦如是하야
純一得妙渾忘語로다
渾忘語여
不落昏沈不掉擧라
萬行萬德從此成이니
成與不成總自許로다

五臺山 上院寺에서
1) 탁마(琢磨) : 학문이나 덕행을 닦는 것을 말함.
2) 회당(晦堂, 1025~1100) : 중국 송대 임제종 황룡파 스님. 법명은 조심(祖心), 시호는 보각선사(寶覺禪師). 광동 시흥 사람. 황룡혜남(黃龍慧南)의 법을 잇다.
3) 반연(攀緣) : 마음이 바깥 경계를 따라 수시로 흔들리고 변하는 것.
4) 출세간(出世間) : 생멸 변화의 혼미 세계를 벗어나 해탈 경계에 들어가는 것.
5) 혼침(昏沈) : 졸음, 비몽사몽 같은 상태. 정신이 흐리멍텅한 상태.


■ 해설 ■
이 글은 <금강저(金剛杵)>제22호(1937년 1월호)에 실린 법문으로서 화두를 참구할 때엔 고양이가 쥐를 잡듯이, 암탉이 알을 품듯이 일심으로 화두를 들어야 대자유 해탈의 경지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또 혼침(昏沈)과 도거심(悼擧心)을 물리쳐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간화선(看話禪)수행의 상징적 표본이 되는 법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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