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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암일발록

제산정원선사비명병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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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월정사 지킴이 작성일17-03-13 15:03 조회5,170회 댓글0건

본문

 

■ 번역 ■

스님의 법휘는 정원, 제산은 호이며, 속성은 김씨이니 선산 사람이다. 조선 철종 13년 임술 3월 13일 합천군 가야면 구원리에서 태어나니 골상이 비범하였다. 14세 때에 해인사에 들어가 신해화상을 의지하여 머리를 깎고 계를 받았다. 30세에 발심하여 행각에 나섰는데 수월과 천원 등 모든 선우(善友)들과 동행하여 경허화상께 나아가 참청(參聽)하여 종지(宗旨)를 밝혔다. 이로부터 자취를 감추고 열심히 갈고 닦아 마침내 사명대사의 적손인 우송노사의 법을 이었다.

계축년 봄에 해인사로부터 황악산 직지사로 옮겨와서 17년 동안 대중을 거느렸고, 크게 교화를 떨쳤다. 경오년 가을에 미질(微疾)을 보이다가 8월 24일 문인을 불러 뒷일을 부촉하니 문인 등이 묻기를,

“내생엔 어디에 태어나시겠습니까?”

사(師)가 답하기를,

“본래 불생(不生)이어늘 어찌 죽음이 있겠는가. 바람이 서로 고동치고 불이 바다 밑을 태우니 천고만고에 다만 이러할 뿐이로다.”

하고는 말을 마치자, 단정히 앉은 채로 고요히 입적하니 향년 69세요, 법랍이 56세였다. 법문과 동량이 무너지니 총림에서 모두 그 시운(時運) 잘못 만난 것을 마음 아파하였다.

문인 등이 비를 세우고 나에게 비명(碑銘)을 부탁하는데, 나는 본래 문사(文辭)를 익힌 바 없지만, 선사의 도행을 깊이 우러러 흠모하였으므로 간략히 사실을 기록하여 전승되어 단절하지 않게 하고자 하노라.

명하여 이르되,

 

숙세에 선근을 심어 

일찍이 공문(空門)에 들어오셨네.

지행(志行)이 고결함이여 

흑백이 절로 분명하네.

 

항상 성현과 같이 함이여

세상사는 뜬 구름 같이 보았네.

겁석(劫石)은 비록 변한다고 해도

선사의 도(道) 영원히 남으리.

 

계미(1943년) 3월 일 

청량산인 한암중원 삼가 짓다

 

 

 

■ 原文 ■

師諱는 淨圓이요 霽山은 其號라 俗姓은 金이요 善山人이라 朝鮮哲宗十三年壬戌三月十三日에 生於陝川郡伽倻面舊源里하니 骨相非凡하고 年十四에 入海印寺하야 依信海和尙하야 祝髮受戒하고 三十歲에 發心行脚하야 與水月天圓諸善友爲同行하야 參聽鏡虛和尙하야 發明宗旨하고 自此로 匿跡鍊磨하야 竟嗣法於泗溟嫡孫友松大老之室하다 癸丑春에 自海印으로 移住於黃岳山直指寺하야 領衆十有七年하니 法化大行이요 至庚午秋示微疾하야 八月二十四日에 召門人囑後事하니 門人等이 問來生事作큯生고 師答曰 本不生이니 焉有死리오 風鼓相擊에 火燒海底하니 千古萬古只這是라하고 言訖에 端坐泊然而逝하니 享年六十九요 臘五十六이라 法門과 棟樑이 斯�하니 叢林皆傷其運丕라 門人等立碑하고 囑余爲銘하니 余本不�文辭나 然其於師之道行에 深有慕仰하야 略記實事하야 以傳不朽하노라

銘曰

 

宿種善根으로 早入空門하고 

志行高潔하야 緇素自分이라 

恒탢上流하야 世事如雲하니 

劫石雖變이나 其道永存하리라

 

癸未 三月 日

淸凉山人 漢岩重遠 謹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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