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를 사는 智慧(부처님 오신날을 맞아)-3_대담/金恒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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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월정사 지킴이 작성일15-05-18 08:50 조회6,578회 댓글0건본문
〔3〕현대의 위기는 어떻게 극복할까
김항배 : 보리달마의 사행관에 대해서 자세히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러면 오늘날 현대가 처하고 있는 위기를 어떻게 하면 극복할 수 있겠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스 님 : 위기라고 하니 한 가지 생각나는 게 있습니다. 고려대학교에 한 교수가 있는데 국가의 심부름으로 서양엘 자주 다니는 분이지요. 이 교수와 한번 대담을 하는데 자기가 서양에 갔다와 보니 서양의 교수들이 한국에 많이 다녀갔다고 합니다. 우리들은 서양을 동경하기도 하는데 서양인들은 원자핵이나 다른 물질문명의 발달로 자멸위기에 봉착해 있다고 생각하고 있답니다. 그래서 그 위기를 어디서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하고 생각하다가 동양의 정신문화를 연구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 사람들 중의 한 사람을 만나서 얘기했는데 스님 같은 사람(탄허스님을 말함)을 만나서 대담했어야 좋았을 거라고 아쉬워했다더군요. 그런데 위기라고 하면 어떤 위기를 말하는지 구체적인 핵심을 말해 주십시오.
김항배 : 서양인들의 양단론(兩斷論), 즉 유(有)면 유이고 무(無)면 무일 뿐이라 하여 서로 조화할 수 없다고 하며, 인간과 자연도 모순이므로 서로 조화될 수 없다고 하는, 아무튼 대립과 투쟁으로써만 극복될 수 있다는 이론이 오늘과 같은 문명을 낳게 하고 인간과 자연과의 대립을 일으켜서 결국 그 자연으로부터 보복을 받고 있는 셈이죠. 이렇게 극단적으로 대립을 하게 되니까 생(生)에 위협을 받고 위기의식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만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하면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요.
스 님 : 현실 속에서 복잡함을 피해서 어떤 안정을 구하려 한다면 불가능하겠지요. 세계가 아무리 복잡해도 마음을 비운 자리에서 생각해봐요. 삼라만상이 괴로울 것이 하나도 없지요. 전부가 다 내것이니까. 바다에 앉아서 보면 백천중유가 하나도 버릴 것이 없습니다. 우리가 모든 위기를 극복하려면 아까 말한 달마스님의 사행론 중 칭법행을 여실히 행한다면 다 극복되는 것입니다. 고통될 것이 하나도 없죠.
김항배 : 달인의 분상에서는 물론 위기가 있더라도 위기가 되지 않고, 또 본래 빈 자리라는 것을 확연히 봤거나, 믿거나, 체득한 사람에게는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본연의 자리에서 말씀하셨으니까 그 자리에서는 위기다, 불안이다 하는 것도 본래 불안이 없으니까 해소할 것 없고 본래 위기가 없으니까 안심할 것도 없겠습니다만 분명히 꿈 속에서 보는 물건이라도 꿈 속에 있는 사람에게는 찬 것은 차고 뜨거운 것은 뜨거운 것이 중생의 실상이니 꿈 속에 있는 사람에게 꿈 속의 사실이 헛되다 해도 모르는 것이 아닙니까. 그러니 꿈 속에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 우리가 설명할 수 있는 길은 어떤 것인가 말씀해 주십시오.
스 님 : 그것은 그 꿈을 깨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길밖에 없는데 꿈꾸는 사람에게 아무리 꿈을 깨라 해도 깨지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니 잠꼬대하는 사람에겐 잠꼬대하는 것으로 가르쳐야지요. 그런데 그것이 문제지요. 요즈음 학교 교과서에는 불경의 내용에 대해서는 한 글자도 넣지 않았으니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어떻게 가르쳐야 한단 말입니까. 옛날 왜정 때만 해도 이렇게 난감하지만은 않았어요. 그땐 중학교 책에만 해도 유교의 논어(論語), 불교학설 등 성인의 말씀을 필수과목으로 넣었고 전문학교에서는 역학, 노장사상, 불교 등을 필수로 가르쳤지요. 그런데 지금은 하나도 없잖아요. 그러한 상태에서, 즉 잠꼬대하는 사람에게 꿈이라고 아무리 가르쳐도 먹혀 들어가지 않지요. 그러므로 교육상의 문제를 고쳐야 합니다. (스님이 번역하신 화엄경을 가리키시며) 이것이 오대산에서 수도하면서 했다고 하지만 사실은 삼천만의 교재로 집필한 것입니다. 이걸 대학원 교재로 한다면 고등학교에서나 중학교에서 좀더 기초적인 것을 안 다룰 수가 없지요. 모르면 대학원에서도 이해를 못 할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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