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를 정립해야 한다(8)_대담/鮮于 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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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월정사 지킴이 작성일16-08-13 09:55 조회7,026회 댓글0건본문
〔8〕현실을 한낮 꿈으로 각파
다시 말하면 성인(聖人)은 우리의 현실을 간밤 꿈으로 각파(覺破)한 것입니다. 불(佛)은 각(覺)이란 말인데, 각(覺)이란 현실이 우주가 간밤 꿈처럼 환상으로 있는 것이요 실유(實有)가 아니라는 것을 철저하게 깨달은 것입니다. 그렇게 때문에 성인(聖人)은 우주라는 고해(苦海)를 완전히 건넌 것입니다. 중생은 고해(苦海)를 건너지 못했기 때문에 차안(此岸)이라고 하는 동시에 중류에서 허덕이고 있고, 성인은 완전히 건넜기 때문에 피안(彼岸)이라고 합니다. 고해(苦海)의 씨앗이 다른 데 있는 게 아니고 우리의 한 생각입니다. 우리의 한 생각을 타파하는 것은 고해(苦海)의 씨앗을 없애기 위해서입니다. 한 생각의 씨앗을 타파하는 방법은 도(道)를 보지 않고는 찾을 수 없습니다. 우리 범부(凡夫)는 일분일초도 생각이 머물지 않기 때문에 중생이라는 것이요, 철인(哲人)은 도(道)자리를 보아 원래 생각이 나는 것이 없기 때문에 성자(聖者) 또는 각자(覺者)라고 하는 것입니다. 마치 파리가 곳곳에 가서 붙지만 불꽃 위에는 붙지 못하는 것과 같아서 중생의 망상이 어디든지 다 가서 붙지만 도(道)자리에는 붙지 못하는 것입니다. 도(道)자리를 보면 고(苦)의 씨앗은 송두리째 빠지고 마는 것이지요. 그래서 도(道)를 닦는 것입니다.
우리가 철학을 연구하느니, 종교를 믿느니 하는 것은 철학이나 종교를 위해서가 아닙니다. 자기 자신을 위해서, 이 고해(苦海)를 벗어나기 위해 연구하고 믿어보는 것입니다. 철학과 종교를 떠나서 이 고해를 벗어날 수 있다면 철학과 종교는 하나의 추구(芻狗=옛날 제사 지낼 때 쓰는 위패인데, 짚으로 개 모양을 만들어 쓰고 내버리는 것)가 되고 말 것입니다.
서양 철학을 대표하는 독일의 칸트는 철학적으로 사색(思索=여러 갈래로 찾는 것)․명상(冥想=연구할 길을 얻는 것)․침묵(沈黙=三昧와 같은 物我兩忘의 경지)․영감(靈感=三昧 속에서 홀연히 알아지는 것)에 대한 우주만유의 인식주체를 순수이성이라고 보았습니다. 한 마디로 칸트 철학의 결론은 상반성(相反性)을 가진 일체 인식경계가 인식주체에 내포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동양학의 입장에서 볼 때 칸트의 최종적인 결론은 미흡한 것입니다. 우주만유의 인식경계가 순수이성에서 나왔다면 순수이성은 우주만유의 모체(母體)입니다. 우주만유의 모체인 순수이성을 파악할 때에 우주만유가 순수이성화 되어야 하는데, 칸트는 그런 결론은 얻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동양학적인 견지에서는 우주만유의 모체를 파악할 때에 그 모체에서 일어난 우주만유는 모체화되고 맙니다. 그러므로 “일본만수(一本萬殊) 만수일본(萬殊一本)” 즉 “한 근본이 만 가지 다른 것이 되고 만 가지 다른 것이 한 근본”이라고 하고, “물물(物物)이 각구일태극(各具一太極) 통체일태극(統體一太極)” 즉 “우주 만물 하나 하나가 각각 태극(우주의 핵심체)의 진리를 갖추었고 우주전체를 통합해보면 태극의 진리일 따름인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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