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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미산정] 믿음을 실천하는 삶 (불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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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월정사 지킴이 작성일22-08-21 10:50 조회2,62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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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이란 대상이기도
하지만 스스로의
행위이기도 하다

누군가에게 ‘불교가 
참 좋은 종교이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올바름을 실천하는
바보가 되고 싶다
 

               고광록                                                   

 

 나에게는 이름보다 ‘청연(靑燕)’이란 호로 불리는 친구가 있다. 연(燕)이라는 한자에서 보듯 제비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란, 어진 성품을 가진 시골 사람이다. 독실한 크리스천으로 성공한 중견기업인의 삶 뿐 아니라, 바른 생각을 가진 사람으로 인정받고 있다. 살면서 어떤 가치판단에 있어 내 기준이 바로 서지 않을 때 ‘저 사람이라면 어떻게 했을까’를 생각하면 먼저 떠오르는 얼굴이다. 다섯 번이나 강산이 변하는 세월동안 한결같았다.


지난주에는 오랜 친구들과 계곡에 다녀왔다. 아름다운 추억을 가진 사람은 부패하지 않는다는 말처럼 천렵을 하고 물놀이를 모습들이 천진무구했고, 오랫동안 간직할 추억이 되었다. 코로나 이후 2년 만에 한자리에서 만난 모임이었다. 그 사이에 인생 2막을 맞은 친구도 있고, 사위를 본 친구도 있었다. 이순(耳順)을 넘은 지우들 중에는 청연도 있었다.

삭발한 짧은 머리였다. 오대산에서 단기출가를 마치고 나온 지 일주일이 채 안되었던 것이다. 머리는 성글었지만 움푹 패인 볼살이 만만치 않은 23일간의 시간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러나 형형한 눈빛과 자세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서기(瑞氣)가 서려있는 듯했다.

2004년부터 시작된 월정사 단기출가는 63기에 거쳐 3,100명 정도의 사람들이 거쳐갔다. 한달여 기간 동안 스님이 되기 전 예비과정인 행자생활을 체험하며 삭발염의를 하고 묵언을 하는 등 외부와 일절 단절된 생활을 하게 된다. 예불, 발우공양, 도량운력 등 일상적인 수행을 비롯하여 스님들의 교리강의, 전나무숲길 삼보일배, 암자 참배 등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다. 구도의 길에서는 안내자였으며, 일반인들에게는 불교의 진면목을 대할 수 있는 워라벨 문화와 접점을 이룬 정신생활의 정수라 할만하다.

청연의 단기출가는 면접인 갈마에서부터 화제였다. 크리스천임을 떳떳하게 밝힌 것이다. 처음 월정사로 안내했던 나로서도 약간은 당황스런 순간이기도 했다. 마지막 하루종일 진행되는 삼천배를 완수했다는 말에 아연했고, 지금도 시간 될 때 친구들 집 방향으로 돌아가면서 108배를 한다는 것에는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신(信)은 사람(人)의 말(言)이라는 의미다. 말씀을 의지하고 우러르는 것이 신앙인 것이다. 믿음이란 대상이기도 하지만 스스로의 행위이기도 하다. 나는 높은 차원의 경전을 이해할 법력은 당연히 가지고 있지 못하다. 설익게 아는 것도 내 나름의 해석일 뿐이다. 그러다 보니 나의 신행은 말씀보다 실천을 기준으로 삼을 때가 많다.

한석봉 어머니와 맹자 어머니 중에서 누가 더 훌륭하냐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과 모범이 되는 것 중에서 어느 것을 택할지는 각자 다를 것이다. 나는 청연을 통해 한석봉의 어머니를 보았다. 몸소 실천하는 삶을 통해 친구가 믿는 기독교도 좋은 종교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고 다시 한번 성경을 탐독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들게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말 중에 난득호도(難得糊塗)라는 성어가 있다. 총명하기도 어렵고, 어리숙하기도 어렵다는 뜻이다. 더욱 어려운 것은 총명하면서 어리숙하게 사는 것이다(聰明難 糊塗難 由聰明而轉入糊塗更難).

‘진세이’ ‘맨지기’ 라는 강원도 사투리가 어울리는 결코 어리석지 않은 바보가 청연이다. 그동안 지나치게 이해에 민감하고 약게 살려고만 하지 않았는가? 누군가에게 ‘불교가 참 좋은 종교이구나’라고 생각될 수 있도록, 올바름을 실천하는 바보가 되고 싶다.

[불교신문 3730호/2022년8월23일자]

출처 : 불교신문(http://www.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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