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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학 원로 김민환, 신인 소설가 되다(조선닷컴)2013.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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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월정사 지킴이 작성일13-03-01 09:29 조회9,18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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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학 원로 김민환, 신인 소설가 되다
김경은 기자
입력 : 2013.02.28 03:02

[첫 소설 '담징' 발표]
日에서 활약한 담징의 고뇌… 한 여인과의 사랑 그려내
"이 나이에 뭐하나 싶었지만 책 나오니까 기분 좋아요"

"이 나이에 내가 뭐 하는 건가, 포기하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어요. 그런데 그만두자 마음먹으면 담징 선생이 나타나 '시작한 거 끝을 내야지, 그냥 이리 와'라고 살살 달래줬어요. 하여튼 나는 몰입했고, 재밌었고, 책이 나오니까 기분이 째지게 좋아요."

고려대 언론대학원 원장, 한국언론학회 회장 등을 역임하고 2010년 8월 정년 퇴임한 원로 언론학자 김민환(68) 전 고려대 교수가 소설가로 변신했다. 전남 보길도에 파묻힌 지 3년 만에 생애 처음으로 발표한 소설 '담징'(서정시학)이 그 열매다. 고구려 승려이자 화가인 담징(579~ 631)이 일본에서 활약하며 느낀 고뇌와 번민을 한 여인과의 사랑과 맞물려 그려낸 소설이다. 담징은 610년 일본에 건너가 불법(佛法)을 강론하고, 맷돌·종이·먹 등 제조법을 가르쳤다. 그가 일본 호류지(法隆寺)에 그린 '금당벽화'는 1949년 화재로 소실됐지만 동양 3대 미술품의 하나로 꼽혔다.

전남 보길도에서 혼자 밥 지어 먹고 빨래하면서 첫 소설을 썼다는 김민환 교수는“외롭고 쓸쓸하고 초라하게 살려 했는데 막상 몰입해 소설을 썼더니 심심할 겨를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명원 기자
26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김 교수는 "퇴임 직전 임권택 감독에게 담징 스토리를 얘기해줬더니 시나리오로 써달라고 했다. 대가가 흥미있어 하면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소설의 실마리는 자료 조사차 일본서기를 살피다 발견했다. 오경(五經)에 통달한 고고한 학승이 붓이 아닌 맷돌을 세속에 전파했다니 신기했던 것. 고민 끝에 그는 '고승이 깨달음을 얻는 데 방해한 애욕(愛慾)이 있었을 것이다'는 가설을 세웠고, 소설 속 여인 캐릭터를 창조했다.

하지만 시나리오를 쓴 지 1년 만에 소설로 분야를 바꿨다. 영화로 만들려면 기본 제작비만 35억원이 필요한 데다 투자자를 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소설로 새로 쓰는 데 또 2년이 걸렸다. 역사 이야기를 재구성하면서 거기에 상상력을 가미하니 200자 원고지 1100장의 원고가 나왔다.

그는 자신보다 나이 어린 최동호·서지문 고려대 교수, 서하진 경희대 교수를 소설 스승으로 모셨다. 서하진 교수는 족집게 과외교사였다. 담징과 여인이 사랑을 나누는 장면에 대해 "섹스 비디오 10개를 보고 소화해서 다시 써 오라"며 퇴짜를 놓기도 했다.

실상사의 도법 스님과 월정사의 정념 스님은 불교에 대한 전반적 이해를 도왔고, 전경욱 고려대 교수는 일본 민속, 임미선 전북대 교수는 일본 고대음악에 대해 조언해줬다. 벽화를 그리는 부분은 일본에서 벽화를 전공하고 온 화가 이인애씨에게서 얘기를 들었다. 차곡차곡 팩트를 녹여 넣은 것이 이 책의 매력 중 하나다.

김 교수는 "작품을 통해 담징이 코스모폴리탄이었음을 알리고 싶다"고 했다. "담징은 특히 미륵불 벽화를 심혈을 기울여 그렸어요. 미륵은 우리가 사는 세상을 욕(欲)이 지배하는 곳으로 봤어요. 사람은 이 욕을 버려야 깨달음을 얻을 수 있어요. 이러한 미륵의 생각이 국경을 넘어 사방으로 퍼지면 현세가 미륵정토가 될 거라는 게 담징의 이데올로기였지요. 물 흐르듯 어딜 가서든 자기 역할만 하면 된다, 그게 바로 미륵정토예요."

김 교수는 "집사람이 점을 봤는데 내가 글을 써서 떼돈을 번다고 했다. 떼돈은 모르겠고, 뒤뜰에 심은 복숭아나무에 열매가 맺혔다. 남은 생을 복숭아나무 밑에서 책 보고 늙으면 참 좋겠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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