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청춘들, 산사서 아픔 치유하고 마음출가 (법보신문) 2012.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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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월정사 지킴이 작성일12-07-10 09:28 조회10,915회 댓글0건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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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청춘들, 산사서 아픔 치유하고 마음출가 - 조계종 교육원, 7월 1~9일 청년출가학교 회향
남녀행자 41명 108배·울력·발우공양하며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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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들은 아팠다. 아프니까 괜찮다는 말은 공염불이었다. 입시, 취업, 직장, 가족 등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생긴 상처는 쉽게 치유할 수 없었다. 조계종 교육원이 7월1~9일 8박9일간 해남 미황사에서 열었던 청년출가학교는 달랐다. 공염불이 아닌 마음나눔과 치유와 포옹이었다. 청춘은 부처님 품에서 조심스럽게 다시 꿈꾸기 시작했다.
남 행자 19명, 여 행자 22명이 출가학교에 입학했다. 지원자가 총 272명이었다. 아픈 청춘들이 많았다는 증거다. 20대가 대상이라 40대였던 손서연씨는 1주일 전 공양간 봉사부터 하며 입교를 허락받고, 떨어졌던 20대는 자원봉사로 학교에 참여했다. 그렇게 고등학교를 갓 졸업했거나 대학 혹은 대학원에 재학 중이거나 공무원, 간호사 출신 등 다양한 청춘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출가학교를 기획한 조계종 교육원 교육부장 법인 스님이 교장선생님을, 조계종 교수아사리 금강 스님(미황사 주지)과 원영 스님이 지도법사 소임을 맡았다. 행복마을 이사장 용타 스님, 실상사 회주 도법 스님, 미국 뉴햄프셔대 교수 혜민 스님, 월정사 교무국장 자현 스님, 조성택 고려대 철학과, 고미숙 고전평론가 등 교수사들은 1일 동안 행자들과 법담을 나눴다.
첫날 행자들은 먼저 휴대폰, IT 기기 등 세상과 연결하는 고리는 모두 끊었다. 8박9일간 출가자 삶을 살겠노라 부처님에게 서원했다. 각자 머리카락을 잘라 개인별 이름이 적힌 작은 봉투에 넣고 부처님에게 공양했다. 재가오계도 지키겠다고 약속했다. 묵언했고 닫은 입은 비로소 자신의 마음을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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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량석은 나태했던 행자들 아침을 새벽으로 안내했다. 행자들은 대웅전서 새벽 4시 예불을 드린 뒤 108배를 올렸다. 108배는 절 한 번에 교만했던 자신과 대면하고, 이를 내려놓는 시간이었다. 간단한 죽을 아침으로 공양하고 장갑과 호미를 들고 울력했다. 생애 첫 발우공양은 쌀 한 톨 은혜와 천지만물이 서로 기대어 살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웠다. 오후 6시엔 요가를 하고 오후불식 체험 차 저녁 대신 음료 1잔과 고구마, 감자, 옥수수, 바나나 등으로 소식했다. 참선, 염불, 사경, 사불수행은 상처에 집착했던 마음들을 놓고 오로지 자신과 부처님만 생각하는 자리였다.
불교지혜를 가르치는 교수사 강의엔 감동했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일어나 죽비소리와 함께 감사 1배를 올리기도 했다. 말을 여의고 법당 마당을 걷고 숲길을 포행할 땐 시각, 촉각, 미각, 후각 모두를 열고 자연을 느꼈다. 지도법사 원영 스님은 자신의 출가 얘기를 꺼내 공감을 이끌어냈다. 원영 스님은 출가할 때 초발심과 행자시절, 승가대학, 일본 유학 시절, 출가 뒤 가족관계를 행자들과 공유했다.
행자들은 끊임없이 자신과 대화를 시도했다. 그러다 막히면 1일 교수사와 지도법사들에게 물었다. 스님들과 상담은 그동안 혼자서 끙끙 앓았던 상처를 꺼내놓았던 소중한 기회였다. 친구에게도, 부모에게도, 심지어 자신에게도 말하지 않고 피하려 했던 일들을 스님들과 나눴다. 행자들은 자신들 얘기에 귀 기울이는 스님들에게 상처와 눈물을 쏟아낸 뒤 비로소 웃을 수 있었다.
몇몇 스님들은 학교를 떠날 수 없었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행자들 상처가 가슴 시리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교육원 교육부장 법인 스님을 비롯해 교수아사리 자현 스님, 상담을 맡았던 원영 스님은 그대로 그네들 곁에 눌러 앉았다. 새벽예불부터 차담, 울력, 108배, 사경, 포행 등 모든 일정을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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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자들은 스스로 닫았던 마음을 열었다. 성적 1등, 1순위 대학, 공무원 급수, 40평 아파트 등등. 청춘들은 숫자가 꿈이었다. 아니, 자신들 꿈이 아니었다. 주위 시선과 기대였다. 스스로를 옥죄는 올가미였다. 그렇게 마음엔 미래를 향한 꿈과 의지는 없고 아픔만 도사리고 있었다. 7월9일 회향식 전, 그네들은 출가학교 8박9일간 치유했던 상처를 꺼내놓고 서로를 안았다. 행자들 마음을 타고 흐른 눈물이 상처를 씻었다. 상처가 씻긴 곳에선 희망과 행복이 싹트고 있었다.
“경쟁, 시험, 스팩 쌓기에 지쳤고 내려놓고 싶었어요. 마음의 짐 내려놓을 수 있어서 좋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아요.”(권예지)
“불교, 세상, 나라는 존재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알았어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두 바뀌었어요. 무슨 복으로 이런 자리에 올 수 있어나 싶고 인생의 전환점이 됐습니다.”(권은경)
“남들과 스스로를 비교하는 날 알았어요. 마음 소리에 귀 기울이고자 노력했습니다. 앞으로 삶이라는 여행에서 주인으로 살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어요.”(문세희)
“인생이 원하는대로 흐르지 않는 다는 사실을 지난 25년 삶속에서 깨달았어요. 출가학교처럼 마음을 감동시키는 교육자가 되겠습니다.”(송승원)
“세상일이 내 맘 같지 않아 도망치듯 이곳에 왔습니다. 지내다보니 혜민 스님 마음치유콘서트가 필요한지 모르겠더라고요. 전 이미 치유됐는데. 하하. 어떤 딸, 친구가 될까 고민하기에 앞서 내가 어떻게 해야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는지가 먼저라고 알게됐습니다.”(유진영)
“몸은 힘들었지만 마음은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복숭아 하나 들고 맛있게 먹다 하나 더 먹을 생각에 허겁지겁 먹으니 손에 든 복숭아 향을 못느꼈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지금 여기에 충실하면 행복하더군요.”(이종찬)
“대웅전 마당에 누워 밤하늘 별을 보다 자현 스님 말씀을 듣고 작은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서서 보다 누워보면 더 많은 별들이 보였습니다. 내가 낮아지면 더 많은 세상을 볼 수 있어요.”(김보욱)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돼 출가학교를 찾았어요. 비슷한 고민을 하는 도반끼리 만나 맘 터놓고 얘기하고 출가학교 수업을 따라가다 보니 심근이 강해진 것 같아요. 겨울방학 땐 미황사 템플스테이 자원봉사하러 올 겁니다.”(조윤주)
“존재 자체만으로도 우리는 빛난다는 걸 깨달았어요. 밤하늘 별빛은 각자 다른 곳에 있는 별들이 다른 시간에서 우리에게 다가오잖아요. 밤하늘 수놓은 별들이 모두 다른 상황에서도 온힘 다해 우리에게 빛을 보내듯 어디에 있든 우리도 빛을 낼 수 있을거예요.”(최규영)
부처님 가르침이 상처를 끌어안고 끙끙거리던 청춘들 아픔을 어루만지고 달래자 고마워했다. 메마른 현실에서 부처님 가르침은 단비였다. 출가학교 입승 추교성씨는 “출가에 대한 개념이 바뀌었다. 꼭 삭발염의하는 것만 출가가 아니다”라며 “앞으로 부정적인 생각과 상황에서 출가하는 삶을 살겠다”고 서원했다.
출가학교 본래 취지는 수행자 양성이었다. 출가수행자 감소와 고령화를 해결하려는 노력이었다. 행자들은 스님들 생각을 바꿔 놨다. 다른 삶을 살아가기엔 행자들 마음이 너무 아팠다. 꿈은 사라지고 상처만 남아 있었다. 불교가 사회를 외면할 수 없었다.
교육원 교육부장 법인 스님은 “출가문화의 정신이 사회로 확장되면 삶의 혁명적 전환을 이룰 수 있다는 가능성을 봤다”며 “삭발염의한 몸 출가가 아니라 주인된 삶 속에서 잘못된 태도를 버리는 마음 출가로 청년들 상처를 보듬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스님은 “향후 청년멘토링 사업으로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계획을 세울 것”이라며 “불교가 우리 사회 청년들의 아픈 현실에 불교 지혜를 보여줘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행자들은 회향식 전 지도법사, 교수사, 자원봉사자 등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한 롤링페이퍼를 전하고 법인, 원영, 금강 스님에겐 손수 그린 캐리커처를 선물했다. 끝으로 어깨동무한 행자들은 해바라기의 ‘사랑으로’를 합창하며 서로 행복한 삶을 살아가자고 다짐했다. 이어 법인 스님과 금강 스님은 행자 41명에게 법명의 하나하나 뜻을 풀어주며 법명처럼 살라 당부했다.
한편 교육원은 행자들에게 2기 출가학교를 위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해남 미황사=최호승 기자 time@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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