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드득 뽀드득 ‘설국 속으로’… 이때만 누릴 수 있는 호사(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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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월정사 지킴이 작성일22-01-15 09:14 조회2,821회 댓글0건본문
▲ 강원 평창의 오대산 월정사에서 상원사 입구까지 물길을 끼고 이어지는 걷기 길인 선재길. 계절을 가리지 않는 운치 있는 트레킹 코스로 이름난 곳인데, 그중에서도 폭설이 내려 쌓인 뒤의 풍경이 으뜸이다. |
겨울 ‘눈꽃 트레킹’ 명소
- 평창 선자령
능선길 웅장… 계곡길은 아늑
- 포천 국망봉
설원으로 뒤덮인 장쾌한 풍경
- 평창 오대산 선재길
월정사~상원사 고요한 눈세상
- 춘천 구곡폭포
거대한 빙폭 위용에 감탄 절로
- 대전 장태산휴양림
15m 높이 스카이웨이서 탄성
글·사진 = 박경일 전임기자
눈꽃 트레킹은 겨울철에만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호사다. 화려한 눈꽃으로 치장한 자연의 아름다움이라니. 도시의 눈은 반가운 손님이 아니다. 눈이 녹을 때면 길이 온통 질척거려 불편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산과 들에 내리는 눈은 다르다. 볼품없었던 곳이라도 눈이 내려 덮이면 최고의 경관을 보여준다. 뽀드득거리는 눈밭에 발자국을 내며 겨울의 한복판을 걸을 수 있는 트레킹 명소를 골라봤다.
# 처음이라면… 평창 선자령
대관령과 선자령 사이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능선길은 가장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 눈꽃 트레킹 코스다. 눈꽃 트레킹 경험의 문턱이 가장 낮은 코스다. 가파른 비탈길이 거의 없는 데다가 눈밭 위로 길이 뚜렷해서 겨울 산행 장비와 복장만 제대로 갖춘다면 누구나 걸으면서 화려한 눈꽃의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
선자령 코스는 능선길과 계곡길 두 개로 나뉜다. 백두대간 능선길은 바람이 차갑지만 조망이 탁월하고, 계곡길은 아늑해서 걷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능선길이 보여주는 풍경의 규모가 웅장하다면, 계곡길은 잣나무, 낙엽송, 참나무, 속새, 조릿대 등이 군락을 이루며 아기자기한 풍경을 보여준다. 선자령 정상에 서면 남쪽으로 발왕산, 서쪽으로 계방산, 서북쪽으로 오대산, 북쪽으로 황병산이 바라보인다. 모두 다 눈꽃 산행 목적지로 이름난 곳들이다.
# 장쾌한 설경… 포천 국망봉
후삼국 시대 궁예가 전투에 패하고 이곳에 올라 불타는 철원 도읍지를 바라봤다고 해서 ‘국망’이란 이름이 붙었다. 경기 포천의 국망봉은 해발 1167m로 화악산(1468m), 명지산(1253m)에 이어 경기도에서 세 번째로 높은 산이다. 국망봉의 산세는 크고 단순한 편이다. 길고 유장한 능선이 온통 설원으로 뒤덮인 풍경은 묵직한 아름다움으로 다가온다. 국망봉자연휴양림에서 산행을 시작해서 한북정맥 주선을 타고 견치봉을 거쳐 국망봉과 신로봉, 광산골 삼형제 폭포를 지나 휴양림으로 되돌아오는 9㎞ 남짓의 원점 회귀 코스가 겨울산행으로는 가장 인기. 중간중간 여유 있게 휴식 시간을 갖는다면 왕복 5∼6시간쯤 걸린다. 수도권에서 가까운 산이라고 얕보면 안 된다. 국망봉에서는 지난 2003년과 2005년 겨울 산행을 나섰던 등산객이 사망하는 인명 사고가 있었다. 사고 이후 등산 코스에 300m마다 이정표가 세워지고 하산길에 무인 대피소가 설치됐다.
# 고요한 설국… 오대산 선재길
어느 계절이든지 걷기의 명소로 꼽히는 곳이 강원 평창의 오대산 선재길이다. 사실 이 길은 산책코스인지, 트레킹 코스인지 좀 애매하다. 길의 순하기로 봐서는 산책이라는 게 적당하겠지만, 심산유곡의 주변 풍경을 생각하면 트레킹이 맞는 듯하다. 월정사와 상원사를 잇는 이 길은 도로가 놓이기 전부터 스님과 불자들이 오가며 수행하던 길이자, 오대산 화전민들이 베어낸 나무를 내다 팔던 길이었다.
겨울이면 이 길은 고요한 설국의 풍경을 보여준다. 월정사에서 출발해 상원사에 닿는 선재길은 9㎞ 남짓으로 겨울에는 3시간 정도가 걸린다. 길이 잘 닦였고 경사가 완만해 초보자도 여유 있게 걸을 수 있다. 출발지점인 월정사 초입의 전나무 숲길 주변에는 최고 수령 300년 된 전나무 1700여 그루가 서 있다. 선재길 월정사 구간에는 지장암, 지장폭포, 회사거리 등이 있고 길은 섶다리, 오대산장(야영장), 동피골, 출렁다리로 이어지다가 고즈넉한 상원사에 닿게 된다. 다 걸어도 좋고, 몇 구간만 따로 잘라서 걸을 수도 있다.
# 빙폭의 위용… 춘천 구곡폭포
춘천은 산으로 둘러싸인 소쿠리 형상의 분지다. 분지는 여름에 덥고, 겨울에 춥다. 겨울철 최저기온의 도시로 철원과 함께 춘천이 자주 거명되는 이유다.
춘천의 겨울 추위는 혹독하다. 한파가 몰아칠 때면 영하 20도 아래로 내려가기도 한다. 꽝꽝 언 춘천의 혹독한 겨울과 정면으로 마주할 수 있는 곳이 바로 구곡폭포다. 강촌의 구곡폭포 관광지 입구에서 20분쯤 걸어 들어간 봉화산 자락 50m 높이에 걸린 구곡폭포는, 겨울이면 얼어붙어 거대한 얼음기둥을 이룬다. 구곡폭포는 빙벽 등반의 명소. 해마다 겨울이면 폭포에는 빙벽 등반을 하는 산악인들이 매달려 있었는데, 코로나19로 2년째 빙벽 등반이 금지됐다. 그러니 이번 겨울에는 아무도 딛지 않은, 순백의 얼음 기둥으로 홀로 서 있는 구곡폭포를 볼 수 있다. 폭포 앞에는 거대한 얼음 절벽의 위용을 감상하는 전망대가 있다.
# 겨울 숲을 걷다… 대전 장태산휴양림
장태산자연휴양림은 대전 서남쪽 끝에 있다. 겨울 휴양림에 뭐 볼 게 있을까 싶지만, 장태산자연휴양림의 매력은 하늘을 찌를 듯 우람하게 자란 메타세쿼이아숲. 메타세쿼이아 가지마다 눈이 쌓여있는 모습은 탄성을 지르게 하기에 모자람이 없다.
키 큰 나무들이 이룬 수직의 세상으로 이어진 ‘스카이웨이’에 오르면 설경을 감상하는 시야의 높이가 달라진다. 스카이웨이는 뜻 그대로 ‘하늘(Sky)’에 낸 ‘길(Way)’이다. 철골구조물로 다리를 놓듯 15m 높이의 허공에 길을 내놓았다. 까마득한 높이의 그 길에 오르면 늘씬하게 뻗은 메타세쿼이아의 어깨쯤을 지나가게 된다. 눈 쌓인 우람한 나무의 둥치가 손을 내밀면 닿을 듯하다. 숲 사이로 난 스카이웨이의 길이는 120m 남짓. 그다지 길지 않지만 길 끝에는 안이 텅 빈 육각형의 대형 철골구조물을 빙글빙글 따라 오르는 거대한 전망대 ‘스카이타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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