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겨울 좋아요' 아세안 관광진흥 워크숍 동행 취재기(스포츠서울)_2012.02.02(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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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월정사 지킴이 작성일12-02-02 16:50 조회10,707회 댓글0건본문
▲ 한-아세안 관광진흥워크숍에 참가하기위해 1일 한국을 찾은 아세안 회원국에서 온 사절단이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를 찾아 처음 맛보는 한국의 겨울을 만끽하고 있다. |
"코리아 윈터, 바냑 바익(매우 좋다)"
한국에 처음 왔다는 말레이시아 관광부처 공무원 압둘 하리스 빈 하디 씨의 말이다. 체감온도 영하 20도를 넘나들던 지난 1일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에서, 그것도 여름 밖에 없는 적도 근처 나라에서 온 외국인들이 연신 코를 훌쩍이면서도 혹한의 겨울에 찬사를 보내니 의외였다.
하지만 생각과는 달리 이들은 틈만 나면 눈을 뭉쳐 서로에게 던지며 까르르 웃음꽃을 피워댔다. 모두 24명의 외국인들은 한-아세안센터가 주최한 아세안관광진흥 워크숍에 참가하기 위해 동남아 10개국(브루나이.캄보디아.인도네시아.라오스.말레이시아.미얀마.필리핀.싱가포르.태국.베트남)에서 온 관광 관련 인사들이다. 관광 관련 부처의 정부 관계자와 여행사 대표 등 관광업계를 대표해 함께 한국에 왔다.
한-아세안센터는 한국과 아세안 10개 회원국간 무역확대, 투자촉진, 문화관광교류 등 협력 증진을 위한 국제기구로, 이날 투어를 포함해 지난달 29일~2월2일까지 한국(서울.평창.강릉 등지)에서 열린 워크숍 행사를 준비했다.
▲ 아세안 회원국 사절단이 강원도 평창 대관령에서 황태국 등 한식으로 식사자리를 갖고 있다. |
◇비빔밥 먹고 맴맴, 눈보라 맞고 덜덜
옷도 얇아보였다. 싱가포르에서 온 킹호보이 씨 등 몇명 만이 두꺼운 파카를 미리 준비해 입고 있을 뿐, 나머지는 그저 가을 옷을 여러벌 겹쳐 입은 듯 보였다. 그나마 난방이 된 차안에서도 덜덜 떤다. 하지만 첫번째 관광지인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월정사에 도착해 온천지에 가득한 흰눈을 보자마자 함성을 질러댄다. 몇몇은 설경을 배경으로 사진 찍기에 바쁘다. 가만 보니 낯익은 얼굴이 있다. 필리핀에서 온 파멜라 사마니에고 씨다. 기자가 지난해 봄 필리핀 팔라완에 출장을 갔을때 만났던 관광청 관계자다. 입장이 서로 바뀌어 다시 만났다. 파멜라 씨는 한국에 자주 온 편이지만 이같은 '진짜 겨울'은 처음 맛본다고 했다. 꽝꽝 얼어붙은 냇물과 눈덮힌 산사의 풍경에 매료된 이들은 한국의 템플 스테이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였다. 특히 태국과 미얀마 등 불교 국가에서 온 이들은 물론이며, 가톨릭과 이슬람 등 다른 종교를 가진 외국인들도 월정사에서 템플스테이를 하는 이들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봤다. 점심 식사로 나온 비빔밥. 음식 한류의 선봉에 선 비빔밥인지라 외국인들의 만족도는 그야말로 백점이었다. 브루나이 관광부처 공무원 노르 이라피다(여성)씨는 "나물과 야채를 많이 먹는 한식이 정말 맛있다"고 찬사를 보냈다. 미얀마 여행사 대표 초민틴 씨 역시 "일본에서 유학시절 이미 한국음식에 매료됐다"며 "한식의 본고장에서 먹는 비빔밥은 역시 더 맛있다"고 했다.
이들은 박물관을 둘러보고 염주꿰기 체험 등 산사체험을 마치고 다음 관광지인 대관령으로 향했다.
▲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에서 눈을 맞으며 한국의 겨울을 즐기고 있는 외국인들. |
◇평창, 동계올림픽 보고싶어요
대관령에 도착해 버스에서 내릴 때 마침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자 그야말로 껌뻑 넘어간다. 아이들처럼 눈밭에서 뛰어노는데, 말릴 겨를이 없다.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장소인 알펜시아는 눈구경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이들에게 이상향에 다름 아니다. 눈부신 설경에 정신이 팔린 이들을 겨우 추스리고, 스키점프대 전망대에 올랐다. 흰눈 가득한 대관령의 풍경이 한눈에 펼쳐진다. 알펜시아에서 연습 중인 크로스컨트리 선수들을 발견한 존 마슬리(인도네시아)씨는 "한국의 겨울에는 할 것이 많은 것 같다. 일단 스키를 배우고 싶다"고 했다. 이동 중 버스 차창 밖으로 펼쳐진 황태 덕장은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오늘 저녁 메뉴라고 설명했더니 호기심에 눈이 반짝인다. 예고대로 황태국과 황태구이 등 대관령 특산물로 마련된 저녁 식사가 펼쳐졌다. 낯선 음식이지만 이내 적응을 한 외국인들은 흥겨운 분위기 속 만찬을 이어나갔다. 레이먼드 아낙 엔탈라이(말레이시아)씨는 "(한국에는)다른 나라보다 무슬림들이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요리가 많은 것 같다"고 했다.
◇한국의 겨울에서 느낀 뜨거움
버스에서 옆자리에 앉은 아담 카말(말레이시아)씨에게 '일정 중 무엇이 가장 좋았냐'는 질문을 던졌다. 눈 내리는 겨울과 한국인들의 열정(passion)이 좋단다. 차가운 공기 조차 상쾌하고 로맨틱하다고 한다. 몇 명에게 물어봐도 비슷한 대답이 돌아온다. "한국인들은 매운 음식을 먹어서 이렇게 열기(fever)가 넘치냐"고 되묻는 이도 있었다. 적도 인근 회원국에서 온 한 공무원은 "역시 추운 겨울이 있어야 잘 산다. 한국도 그렇고 일본과 유럽도 그렇다. 우리나라에도 겨울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나름대의 해석을 내놓으며 한국의 겨울을 부러워했다.
이처럼 동남아시아에서 온 이들에게 한국의 겨울은 최고 히트 상품이다. 추운 겨울, 한국인들이 열대의 눈부신 해변을 갈망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여기다 다양한 음식문화와 전통 문화 유산 등 볼거리에도 아주 만족해한다. 이튿날 시승한 코레일관광개발의 바다열차(강릉역~정동진역)도 으뜸으로 꼽았다. 모두 스물 네 명의 아세안 회원국 민간 관광사절단은 닷새간 보낸 한국의 겨울에서 추위보다는 따뜻한 정과 뜨거운 열정을 느끼고 돌아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약 980만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을 찾았는데, 이중 동남아시아 관광객의 증가세가 놀랍다. 2010년 대비 전체 외국인 관광객 성장률(11.3%)중 인도네시아(30.7%), 말레이시아(37.5%), 미얀마(21.2%), 태국(18.6%) 등이 중국(18.4%)과 일본(8.8%)에 비해 오히려 앞선다. 올해 1000만명 돌파를 넘어 1100만명 유치를 목표로 삼고있는 우리 관광산업 정책에 이들 아세안 국가들의 기여도가 절실한 가운데, 한국의 '진짜 겨울'을 소개한 이번 워크숍의 효과는 선명한 족적을 남길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평창.강릉 | 글.사진 이우석기자 demor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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