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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일보] [문화재 제자리 찾기와 문화분권]100년 동안 타향살이 신세 '조선왕조실록·의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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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월정사 지킴이 작성일21-01-19 09:59 조회3,52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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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오대산 월정사에서 봉안된 오대산사고본 조선왕조의궤 고유제(告由祭) 모습.

1913년 日 데라우치 총독
실록 788책 도쿄대 빼돌려
의궤 궁내청 무단 반출 후
대외적 명분 위해 기증 꼼수


오대산사고본 조선왕조실록과 의궤로 대표되는 강원도 문화재의 타향살이는 일제강점기를 관통하며 자행된 수탈의 역사와 함께 시작됐다. 일제는 우리의 역사를 자신들의 역사에 편입시키기 위해 조선총독부를 통해 4대 사고(史庫)에 보관된 조선시대 최고의 문화재 '조선왕조실록'을 치밀하게 약탈해 갔다.

정족산사고와 태백산사고의 실록은 일제가 서울에 설립한 경성제국대학 도서관에 옮겨졌고, 적상산사고의 실록은 일제가 세운 조선 왕실 유물·서적 보관처인 창경궁 장서각으로 이동했다.

유일하게 오대산사고에 보관돼 있던 실록만이 한국 땅을 강제로 떠나는 수모를 겪게 된다. 1913년 조선총독 데라우치는 도쿄대 교수 시로토리(白鳥庫佶)와 결탁해 오대산사고본 실록 788책을 주문진항을 통해 도쿄대로 빼돌린다.

도쿄대 도서관에 있던 실록은 1923년 관동 대지진 때 대부분 불에 타 재로 변하고, 외부에 대출된 74책만이 구사일생으로 살아남는다. 이 중에서 27책은 1932년 경성제국대학으로, 나머지 47책은 2006년 서울대로 이관된다.

오대산사고본 조선왕조의궤의 유랑 사연도 기구하다. 의궤는 1922년 조선총독부가 일본 궁내청으로 무단 반출하면서 강원도 땅을 떠나게 된다. 일제는 대외적인 명분을 찾기 위해 '기증'이라는 꼼수를 쓴다. 대한제국의 국권을 침탈한 후 한반도 식민통치와 수탈을 위해 세운 기관(조선총독부)이 일본 왕실 사무를 담당하는 행정기관(궁내청)에 '기증'하는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후 1965년 한일 문화재·문화협정의 환수문화재 목록에서 빠지면서 한 차례 환수 기회를 놓치고, 2011년 월정사와 환수위원회의 노력으로 81종 167책을 되돌려 받았다.

오대산사고본 조선왕조실록은 일본 도쿄대가 서울대에, 조선왕조의궤는 일본 정부가 대한민국 정부에 각각 돌려보낸 후 현재는 서울 고궁박물관에 보관돼 있다. 이들 문화재는 환수에 노력을 기울인 민간을 배제하는 일본 측의 연이은 꼼수로 '반환'이 아닌 약탈자에게 명분을 줄 수 있는 '기증' 형태로 돌려받으면서 강원도로 돌아오는 길은 막혀 버렸다.

일제에 의해 유린된 오대산사고본 조선왕조실록과 의궤는 1913년, 1922년 각각 강원도 땅을 강제로 떠난 후 아직도 108년째 그리고 99년째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일제가 약탈로 만들어 낸 지역 문화재 교란으로 인한 지역문화의 결핍은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지역 문화계 관계자는 “일제에 의해 유출된 강원도 문화재들이 아직 제자리를 찾지 못하는 것 자체가 일제의 잔재”라며 “역사 바로 세우기를 위해서라도 문화재 제자리 찾기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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