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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보신문] [명법문 명강의] 오대산 월정사 주지 정념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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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월정사 지킴이 작성일20-04-07 07:23 조회5,27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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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아픔 보듬고 지혜 모을 때 따뜻하고 맑은 세상 열려”

긍정적인 사고를 갖는다면 코로나로 인한 두려움도 극복
기도를 통해 청정한 마음 가지면 자신의 주변도 맑아질것
스스로 삶 반조하며 살아가면 코로나 두려움도 극복될 것
정념 스님은 “과거 이보다 더 큰 어려움이 있었지만 우리는 슬기롭게 극복해 왔다”면서 “어려운 이웃을 보듬고 지혜를 모은다면 이 위기도 극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월정사 제공
정념 스님은 “과거 이보다 더 큰 어려움이 있었지만 우리는 슬기롭게 극복해 왔다”면서 “어려운 이웃을 보듬고 지혜를 모은다면 이 위기도 극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월정사 제공

오대산 중대 적멸보궁에는 봄기운이 만연합니다. 따뜻한 희망의 봄기운이 오대산 곳곳에 가득합니다. 그러나 세상은 안타깝게도 코로나19로 어렵고 힘든 나날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런 현실 속에서 우리들은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지내야 하겠습니까. 

이 사바세계는 항상 고락이 함께 하는 세상입니다. 우리가 살아오면서 쉼 없이 느끼지만, 어떤 것이 잘 성취되다가도 어떤 때는 장애가 따르기도 합니다. 호사다마라고도 하지 않습니까.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고 시작했는데 도리어 화로 변할 때도 있습니다. 보이지 않은 시샘의 마가 늘 찾아오기 마련입니다. 

이 코로나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인류가 그동안 쉼 없이 문명을 창조하고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입니다. 특히 4차 산업시대라는 문명의 전환, 초연결 사회, 온 세상이 풍요롭고 편리해지는 그런 세상을 구현해 가는 과정에서 생겨난 것이 코로나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계속해서 좋은 일만 있을 수 없다는 자연의 섭리 속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긍정적으로 사고하다보면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도 극복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청량한 오대산 풍경을 홀로 만끽하고 있노라니 옛 시인의 시구가 떠오릅니다. “만리청천 운기우래(萬里靑天 雲起雨來, 끝없이 푸른 하늘에 구름이 일어나 비가 오네) 공산무인 수류화개(空山無人 水流花開, 텅 빈 산 인적도 없어, 물은 흐르고 꽃은 피네).”

우리가 코로나19로 ‘자가격리’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 있는 동안에도 오대산은 봄을 맞고 있습니다. 아무도 없는 그런 속에서도 구름은 흘러가고, 비가 오고, 만물은 조화롭게 자연의 섭리대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의 마음은 얼어붙어서 만물이 생동하는 봄소식을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대산의 청량한 기운을 가슴에 담고 돌아간다면 가정도 사회도 더 훈훈하고 맑아지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경제학자들은 이번 코로나 사태에 대한 우려가 큽니다. 코로나 사태가 이런 식으로 조금만 더 오래가면 경제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가져올 것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유럽과 미국에서도 코로나가 창궐하면서 수출길이 막히고 있습니다. 세계가 하나로 연결돼 있는 시대이지만, 코로나 사태로 전 세계가 문을 닫고 있습니다. 이제는 우리만 잘한다고 되지 않습니다. ‘세상이 모두 연결되어 있는 인드라망 세계’라는 것은 불교의 진리입니다. 모든 것은 인연 관계로 연결돼 있습니다. 모든 것은 서로 관계 짓고 변화하고 있습니다. 그런 변화와 관계를 조화롭게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복잡하게 얽혀 있는 관계 속에서 상생하고 공존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공덕을 짓고, 선업을 쌓아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좋은 변화를 일으킬 것이고, 그런 관계가 이어지면 세상은 평화롭고 행복해질 것입니다. 

이런 인연의 묘리를 잘 알기 위해서는 스스로 마음을 돌이켜봐야 합니다. 일상에서 자신의 삶에 대해 반조하고 일심으로 기도하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눈에 보이는 대로, 귀에서 들리는 대로 육근을 통해서만 생활하게 되면 중생심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쌓은 업에 따라 살아갑니다. 보이는 세상의 모습도 다 다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가 본대로 들은 대로 세상을 살아가면 시비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평화가 깨지고 불행한 삶을 살게 됩니다. 

이런 세상에서 벗어나 모두가 상생하고 공존하는 길은 결국 기도하는 마음, 한 생각을 청정하게 하는 마음에 있습니다. 일심이 청정해지면 자기 몸은 물론이고 자신을 둘러싼 주변도 모두 청정해 집니다.

‘유마경’에서는 ‘심정국토정(心淨國土淨)’이라고 했습니다. 마음이 청정하면 국토가 청정해지는 것입니다. 우리가 반야의 공을 닦는 것은 고통을 여의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적극적으로 보면 불국정토를 얻기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마음이 흐려지면 세상도 흐려집니다. 육도윤회라는 것도 자기 마음, 업력이라는 안경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에 생겨난 것입니다. 그 안경을 벗어버리면 본래 육도윤회라는 것도 사라지고 없습니다. 봄에 눈 녹듯 사라지고 본래 그 자리만 남게 됩니다. 그게 곧 열반의 세계이고, 정토세상이기도 합니다. 

정토세상은 고요하고 평화롭고 행복이 충만하면서 생명의 기운이 가득한 세계입니다. 생명성이 충만한 비로자나부처님 자리입니다. 처처에 비로자나부처님 자리가 아닌 곳이 없는데 그런 세계에서 어떻게 육도윤회가 있겠습니까. 본래 윤회라는 것은 중생의 착각이 만들어 낸 것이고, 욕망에서 비롯된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라는 생각, 그것이 만들어 낸 것이지요. 

그런데 ‘나’라는 것이 실제 있습니까. 부처님은 ‘무아’라고 강조하셨습니다. ‘나’라고 고집할 것이 없다고 하셨습니다. 모든 것이 다 인연법에 의해 생겨나고 소멸하는 데 나라고 할 것이 뭐가 있겠습니까. 인연관계에 의해 변화하면서 생겨나기 때문에 고정된 실체가 없는 것이지요. 생노병사하듯 인연관계에 의해 생겨나고 소멸하는 것입니다. 인연이 다하면 모두 흩어지고 맙니다. 본래자리로 돌아가는 것이지요. 

본래자리라는 것이 무엇입니까. 그것은 바로 비로자나 부처님, 아미타 부처님이 계시는 정토의 세계입니다. 그 세계는 유한하지 않습니다. 다함이 없는 영원한 생명인 무량수의 세계입니다. 그 자리는 수명의 한정이 없습니다. 불생불멸하면서 영원무궁의 세계입니다.

지혜광명의 세계에서 보면 세상은 평화롭고 따뜻하고 더불어 환희롭습니다. 생명의 기운이 끝없이 펼쳐져 있는 세계에서는 따로 윤회할 것도 고통을 이야기 할 것도 없습니다. 우리가 고통과 두려움을 갖는 것은 분별하는 마음, 항상 쉼 없이 번뇌하는 이 마음에 갇혀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본래 나고 죽음이 없는 무량수의 세계로 돌아가야 합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기도와 참선, 명상, 다라니 등을 하면서 스스로를 늘 반조해야 합니다. 마음의 일심광명이 본래 자기 마음자리를 통찰해야 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보살행을 짓고, 공덕이 장엄된 세상을 스스로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마음을 갖고 있다면 지금처럼 코로나가 세상을 위협해도 전혀 흔들리지 않을 것입니다. 이미 ‘내가 이 병에 걸려서 더 살까, 말까’를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오히려 여유롭게 이번 사태를 바라보고 지혜롭게 대처할 것입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마음을 갖고 있다면 그런 자리에 어떻게 코로나가 얼씬할 수 있겠습니다. 설령 코로나가 침투한다고 해도 저절로 몸에 면역력이 생길 것입니다. 또한 자신을 둘러싼 가족과 이웃, 세상을 보듬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온 세상이 활기가 넘치고 맑게 될 것입니다. 

예방의학을 하시는 분들은 1년 내내 코로나에 대응하면서 살아가야 한다고 하지만, 제가 볼 때 한국사회에서 큰 줄기는 잡았다고 봅니다. 물론 섣부른 낙관은 오히려 위험할 수 있겠지만 저는 조만간 한국사회에서 코로나가 종식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것은 우리나라 국민들의 성숙한 의식이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언론을 통해 보면 미국은 코로나 사태가 발생하자마자 사재기부터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건 한국사회가 과거와 달리 생필품을 언제든 공급받을 수 있다는 믿음과 시스템이 갖춰졌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한국 국민들의 의식이 성숙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코로나 사태도 머지않아 지혜롭게 극복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지금 나라 안팎에서 경제문제도 심각합니다. 때론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때도 있지만 적정한 선에서 소비를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어떻게 하면 코로나 사태를 극복할 수 있는지, 모두가 지혜를 모은다면 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이 생겨날 것입니다. 인류의 역사도 그렇고, 한국사회도 돌아보면 이것보다 더 큰 어려움이 있었지만 슬기롭게 극복해 왔습니다. 그렇기에 우리국민들은 이번 사태를 지혜롭게 극복할 것입니다.  

각자 가정에서 생활하면서도 오대산 적멸보궁 부처님을 생각하면서 열심히 기도한다면 조만간 오대산을 다시 찾아와 자유롭게 기도할 수 있는 길도 열릴 것으로 믿습니다. 그때까지 오대산 적멸보궁 부처님을 마음에 떠올리면서,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는 이웃의 아픔을 함께 어루만지면서 지혜를 모아 슬기롭게 극복해 나가도록 함께 노력합시다.

정리=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이 법문은 월정사 주지 정념 스님이 3월24일 음력 초하루를 맞아 오대산 중대 적멸보궁에서 유튜브 채널 ‘월정사 TV’를 통해 설한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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