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이하며 희망과 환희로 가득해야 할 시점에, 무안공항에서 발생한 비극적인 비행기 사고 소식은 우리 모두에게 깊은 슬픔을 안겨주었습니다. 이번 사고로 사랑하는 이를 잃은 분들께 깊은 위로를 전하며, 부상자들의 빠른 쾌유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또한, 이 같은 사고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 노력이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이 슬픔 속에서도 우리는 서로를 위로하며 연대의 힘을 되새기고, 함께 희망의 길을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
찬란히 빛나는 새벽의 여명이 어두운 밤하늘을 물리치듯, 희망의 기운이 우리의 가슴속 깊이 깃들기를 염원합니다. 불교에서 가르치는 ‘무아(無我)’, ‘연기(緣起)’, 그리고 ‘공(空)’의 가르침을 통해 우리는 개인의 이익을 넘어 공동체와 함께하는 조화로운 삶을 지향할 수 있습니다. 이는 곧 나와 타인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대자대비(大慈大悲)’와 ‘동체대비(同體大悲)’의 마음으로 이어지며, 이 세상에 참된 평화를 불러올 밑거름이 됩니다.
새해를 맞아 저는 우리 모두가 시민 보살로서의 삶을 실천하기를 권합니다. 보살은 깨달음을 추구하는 존재이자, 자신을 희생해 다른 이들의 고통을 덜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지난해 제안한 시민 보살운동은 ‘육바라밀(六波羅蜜)’의 정신을 현대 사회에 접목해, 개개인이 주체적으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면서도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헌신하도록 독려하는 운동입니다. 이러한 시민 보살운동은 대승 경전에서 이야기하는 ‘인드라망(因陀羅網)’, 즉 하늘의 그물과 깊이 연결됩니다. 하늘의 그물은 각 그물코에 구슬이 달려 있고, 모든 구슬이 서로를 비추며 존재하는 모습을 상징합니다. 이 비유는 모든 존재가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한 사람의 행동이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깨달음을 줍니다.
시민 보살운동은 바로 이러한 하늘의 그물에서 영감을 받아, 각자가 자신의 자리에서 작은 실천을 통해 전체의 조화를 이루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한 사람의 선행이 주변으로 퍼져나가듯, 우리가 보시(布施), 애어(愛語), 이행(利行), 동사(同事)를 실천한다면 우리 사회는 더욱 밝아질 것입니다. 이처럼 서로를 비추는 존재로서의 역할을 다할 때, 개인의 실천이 단순히 개인의 선을 넘어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고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데 큰 힘이 될 것입니다.
최근 우리는 탄핵 정국으로 인해 큰 혼란 속에 놓여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사태가 초래한 정치적 불확실성은 국민의 삶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불교에서는 “모든 것은 변하고, 머무는 바가 없다”는 ‘제행무상(諸行無常)’과 “모든 것은 원인과 조건에 의해 존재한다”는 ‘연기법(緣起法)’의 진리를 통해 변화를 받아들이되,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하라고 가르칩니다. 정치적 혼란을 빠르게 수습하고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 시급한 과제입니다. 이를 위해 정부와 시민 모두가 ‘중도(中道)’의 자세로 마음을 모아야 합니다. 특히, 갈등을 극복하려는 노력이 중심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마음에 분노와 집착을 내려놓고, 상호 이해와 존중의 자세를 통해 새로운 길을 열어야 합니다.
또 새해는 고통과 갈등이 아닌, 연대와 희망의 시대로 나아가는 출발점이 되어야 합니다. 불교에서 말하는 ‘팔정도(八正道)’는 올바른 생각(正見), 올바른 말(正語), 올바른 행동(正業) 등을 강조하며, 이 모든 것이 지혜(般若)와 자비(慈悲)로 연결될 때 진정한 행복을 이룰 수 있음을 가르칩니다. 새해에는 각자가 올바른 길을 걸으며 우리 공동체의 미래를 밝히는 등불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올해는 우리가 공존과 상생의 가치를 되새기며 실천해야 할 중요한 해입니다. 시민 보살운동을 통해 서로의 고통을 이해하고 나누며, 탄핵 정국의 혼란을 슬기롭게 극복하여, 서로 다른 빛이 모여 세상을 밝히는 아름다운 조화를 만들어갑시다. 새해를 맞이하며 이 길 위에 선 모든 이들에게 무량한 축복과 평안이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부디 모든 생명이 행복하길, 그리고 모든 존재가 자유롭길 바라겠습니다.
강원일보/ 오석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