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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 [월정사 단기출가 체험기-1] "전생과 내생의 중간인 이승에 다녀간 흔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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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월정사 지킴이 작성일18-08-29 10:08 조회9,10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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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발식·108배·삼보일배·참선 등 '수행의 길'
"남을 미워하는 생각 이것이 나를 시들게 한다"
고된 일정 육체는 '지옥'이지만 마음은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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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식에서는 발우공양때 쓰일 발우를 전달받는다.

 

■ 첫날, 문수선원 문수전에 모여 갈마, 입학식때 발우 받아

월정사로 향하는 날 7월 1일 일요일은 아침부터 비가 몹시 내렸다.

이불이며 한 달여 동안 수행과정에서 입어야 할 옷 등으로 비교적 큰 배낭이 가득찼다. 동서울까지 택시로, 오대산 월정사가 있는 강원도 진부까지는 고속버스를 탔다.

오전 11시 입교를 앞두고 8시 30분쯤 진부에 도착해 출가 전 속세의 아침을 먹었다. 10시 30분쯤 월정사에 도착하니 자원봉사자가 단번에 알아보고 안내한다. 문수성지답게 지혜와 총명을 상징하는 문수선원이 교육장이다.

도착하니 벌써 20여 명의 도반(동기)들이 도착해 있다. 나이도 10대로 보이는 앳된 청년부터 60대 후반까지로 다양하게 보인다. 우리가 전생에서 많은 인연이 있었는가 봅니다.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가족들과 마지막 카톡을 했다. 이후 각종 사제물품, 일체의 건강보조품 등 모든 소지품을 보관시켜야 한다. 특히 향기가 강한 화장품까지도 스님들이 직접 확인 후 보관시킨다.

이후 문수선원 문수전(대강당으로 수업을 하는 곳)에 모여 청중스님(담임선생님)과 학감스님 인사와 함께 갈마(입학면접)를 했다.(갈마사진)

총 네 명의 스님들이 나오셨고 갈마는 두 명의 스님들께 받게 된다. 나를 담당한 스님들은 지원하게 된 동기를 묻고, 수행과정이 쉽지 않을 거라고 했다. 중간에 힘들면 그냥 프로그램대로 스님들을 따라가면 된다고 한다. 무사히 면접을 통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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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불식(입학식) 연습 모습.

이후 절하는 법, 결가부좌(참선 및 명상을 위한 앉는 자세) 방법과 내일 있을 고불식(입학식) 연습을 했다. (고불식 사진)

처음으로 저녁공양을 했다. 음식을 받아 공양계(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가? 내 덕행으로 받기가 부끄럽네. 마음의 온갖 욕심을 버리고 이 몸을 지탱하는 약으로 알아, 깨달음을 이루고자 이 공양을 받습니다)를 하고 먹는다.

내일은 입학식 전 삭발식도 거행된다. 월정사 단기출가 52기는 남녀 50여 명이 입학허가를 받았는데 갈마 때 최종 교육자가 정해진다. 삭발식에는 자원봉사자 50여 명과 전체 스님들이 나서 후배 행자들에 대한 삭발을 진행한다.(삭발식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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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과 자원봉사자들.

■ 둘째 날, 삭발식 이생의 짐 내려놓는 듯 머리카락과 함께 떨어지는 흐느낌

다음날 아침 주지스님을 비롯한 하안거 중인 스님들 30여 명이 신성한 마음과 자세로 삭발식을 진행했다.(스님과 자원봉사자 사진)

여기저기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린다. 군 입대 때도 빡빡 깎지 않았던 머리카락이 세숫대야에 한 움큼씩 떨어진다. 머리카락은 사뿐히 내려 앉지만 이생에 무거운 짐이 내려지는 듯 눈물과 범벅이 돼 쌓였다.(삭발식 참여 스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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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과 자원봉사자들.

참회진언인 '옴 살바 못자모지 사다야 사바하'를 정근한다. 내가 세상을 살아오며 알게 모르게 진 죄를 참회하는 진언이다. 자원봉사자들도 참회진언을 외며 눈물을 훔친다.

카타르시스라고 할까. 쉼 없이 흐르는 눈물은 60여 년 가까운 생을 살아오면서 쌓였던 응고된 찌꺼기가 눈처럼 녹아내리는 것 같다.(삭발식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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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발식.

자원봉사자들은 대부분 단기출가학교 선배들이다. 출가 의식 중 가장 중요한 삭발식에는 학생 수만큼의 스님들과 선배 도반들로 구성된 자원봉사자들이 도와준다.

퉁퉁 부은 얼굴로 화장실에서 거울을 찬찬히 들여다봤다. 생각보다 머리카락 없는 두상이 혐오스러워 보이지 않아 다행이다.

머리카락은 전나무 숲길 입구 삭발기념탑에 묻어 길이 기념하게 된다.(전나무숲길 삼보일배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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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나무숲길 삼보일배.

장맛비가 몹시 내리는 가운데 이후 교육은 일사천리로 이어졌다. 행자복으로 환복한 후 고불식(입학식)에 이어 묵언과 차수 등 수행과정의 강제사항을 주입시킨다. 이것은 처음부터 끝까지 도반들의 많은 참회(잘못한 일에 대한 벌로 한번 지적당할 때마다 취침 전 108배를 해야 함)로 이어졌다.(수계식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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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계식.

향후 교육은 4주차로 나누어 참회주간, 서원주간, 발원주간, 회향주간으로 추진한다.

향후 하루 일과는 이렇게 진행된다.

새벽 3시 50분 기상(도량석 및 종성 체험 때는 40분 기상), 
4시 10분 적광전(대웅전) 예불, 
5시 단체 108배, 
5시 30분 참선, 발우공양 추진, 
7시 40분 청소 및 운력, 
8시 40분 전나무 숲길 포행, 
8시 50분 상강례, 
9시~10시 30분 오전 강의(월정사 관내 삼보일배, 11개 암자예불 및 주지법어, 참선, 간경, 염불, 법신명상 등), 
10시 40분 ~11시 10분 사시예불, 
11시 30분~12시 50분 법공양(발우), 
~13시 30분 걷기명상, 
15시 30분 오후 강의( 참선, 간경, 염불, 법신명상 등), 
16시 50분 청소 및 개인정비, 
18시까지 수행정진 (참선, 간경, 염불, 법신명상 등), 
18시 10분 저녁 예불, 
19시~20시 10분 수행(참선, 간경, 염불, 법신명상 등), 
20시 40분 수행일기, 
21시 정각에 취침에 들어간다.



■ 3일차, 삭발한 머리카락 묻고 전나무 숲길 삼보일배

3일차인 7월 3일부터 본격 교육이 이뤄졌다.

8시 삭발기념탑에 어제 삭발한 머리카락을 도반들과 함께 묻었다.(삭발기념탑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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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발기념탑.

전생과 내생의 중간인 이승에 다녀간 흔적이라고는 이것이 전부일듯하다. 정신과 육체가 조화롭게 결부돼 작용하는 이생의 흔적이 이곳에 묻힌다.

이어 전나무 숲길 삼보일배는 학감스님이신 상엄스님께서 목탁을 치고 선두에 선다. '나무 영산불멸 학수쌍존 시아본사 석가모니불'과 함께 시작된 삼보일배는 '석가모니불'을 외치며 삼보 걷고 이마가 땅에 닫는 오체투지의 1배를 한다. 전 도반과 청중스님들이 똑같이 일제히 나아간다.(전나무숲길 삼보일배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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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나무숲길 삼보일배.

중간에 청중스님이 목탁에 맞춰 징으로 정근하며 균형을 잡아준다. 힘들다.

2km가량되는 전나무 숲길은 저승길일까, 천국으로 가는 마지막 고통의 길일까. 중간 쉼도 없이 일주문과 사천왕상을 지나 대법당 앞에 도달한다. 인간세계의 한계를 시험하듯 지치고 괴롭다.(전나무 숲길 삼보일배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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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나무숲길 삼보일배.

"힘을 내시오. 극한 고통 속에서 내 업장이 소멸됩니다." 혼자 스스로 외쳐진다. 석가모니불, 석가모니불, 석가모니불….

출가하는데 나이제한을 두는 이유는 체력이 안돼서 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전나무숲길 삼보일배에는 재가불자들도 뒤따르며 함께한다.

청중스님인 지정스님이 말씀하신다. 동진출가의 필요성, 미성년자 때 출가해야 신체가 적응한다. 호흡과 신체, 영혼의 일치.

비우자, 회사도, 가정도, 부모 형제도, 친구도…. 하지만 쉽지가 않다.

마지막 8각 9층 석탑을 돌아 적광전 부처님을 향해 3배를 마친 후 '천상천하무여불 시방세계역무비 세간소유아진견 일체무유여불자'를 정근하며 입교식 의식 전나무 숲길 삼보일배를 마무리했다.(삼보일배 회향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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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나무숲길 삼보일배를 마치고

내 나이 50대 중반을 넘었는데 논산육군훈련소 훈련병생활 이후 가장 힘들고 괴로운 시간인 듯하다.

월정사 종루 옆에 있는 약수의 맛이 참 좋다. 오후에는 수계식이 진행됐다. 3귀의 계와 5계를 지키겠다고 맹세하고 수계증을 퇴계 정념 주지스님으로부터 수여받았다.

저녁이 됐다.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는 것은 시계뿐이다. 더욱이 사회생활하면서 모든 통신과 매체를 3일간 접어보기는 처음이다. 세상일이 궁금할 정신적, 시간적 여유가 없다.

절하는 연습을 했다. 호흡법이 참 중요하다. 가슴 공간이 펴질 때 흡입하고 좁아질 때 배출한다. 향후 이런 연습으로 절을 할 때는 몸이 가벼워진다. 또 앉는 연습(결가부좌)도 한다. 절과 함께 수행의 가장 중요한 자세다. 처음에는 10분도 안돼 다리가 마비된다. 스님들이 강조하신다. 조복(몸과 마음을 조절해 온갖 악행을 다스림) 시켜라. 여기에서 신체에 지배당하면 안 된다. 발과 다리를 거쳐 피가 통하지 않아 무감각해진 마비는 하체를 지나 아랫배까지 올라온다. 이승에서 받은 몸(하드웨어)의 인내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궁금하다. 죽을 각오로 견뎌봤다. 희한하게 가슴으로 향하던 마비는 다시 내려가 피를 통하게 하고 감각이 돌아온다. 내가 내 자신을 이기는 과정인 듯하다.(지금은 50분~1시간 정도는 가뿐하다).



■ 4일차, 상원사에서 가족을 위한 간절한 기도

7월 4일(수) 4일째, 비.

"앗 이것은 독이다. 남을 미워하는 생각 이것이 나를 시들게 한다."

어제 삭발식 때 수천 번을 목이 쉬도록 되뇌었던 참회진언(옴 살바 못자모지 사다야 사바하)이 귓전에 맴도는 가운데 잠을 깼다. 정확히 3시 40분. 속세를 떠나 세 번째 밤을 지냈다. 평소의 잠 깨는 버릇, 야식하는 버릇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아침 예불과 단체 108배, 40분 참선을 거쳐 발우공양을 했다. 오늘 일정은 상원사와 적멸보궁 참배다.

오늘부터는 오후 불식이다. 11시 30분 점심공양을 한 후에는 내일 아침까지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부처님을 하루 사시(9~11시)에 한 끼 식사만 하셨다). 나에게는 지난해 금연 이후 8kg가량 늘어난 체중을 줄이는 너무도 좋은 경험과 기회라는 생각이 든다.(발우공양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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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우공양.

지혜와 총명이 콘셉트인 상원사에서 아이들과 아내의 승진시험을 위한 기도를 했다. 가장으로 가족을 위해 하는 기도는 스스로에게도 간절함이 묻어난다.

적멸보궁에는 불상이 없다. 부처님이 앉을 의자만 있다.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모셔져 있기 때문이다.

속세는 지금 장마철이란다. 마치 논산훈련소와 같이 외부와 단절돼 세상 속에 있지만 갇혀 있어 세상 밖 소식을 알 수가 없다. 오대산 월정사의 늦은 밤 세차게 비가 내린다.

내일은 모두 내려 놓아야 겠다. 부모, 처자식, 회사, 친지 친구, 미움도…. 내가 이생에서 맺은 모든 것 을….



■ 5일차, '인연'을 생각하며 참선의 고통 이겨내다.

7월 5일(목) 5일째. 비,

'이 뭣고… 이 무슨 도리란 말인가'.

화두를 받았다. 조계종 전국 1만 3 천여 명의 스님 중 8천여 명의 스님이 하안거 중이시란다. 대부분 10여 시간씩 쉼없는 참선으로 용맹정진하시는 스님들이 존경스럽다. 느껴지는 품과 여운이 스님들께 묻어 나온다.

참선의 힘듦이 뼛속까지 고통스럽다. 결가부좌를 풀어 반가부좌를 했는데도 견디기가 힘들다. (영화 히말라야에서 주인공이 산속 밧줄에 매달려 새벽을 맞이하는 과정이 이 정도 힘들었을까?)(참선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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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선.

그러나 40여 분의 고통을 이겨냈다. 하지만 힘들다. 힘들어서 싫다. 꿀맛의 개운함이 클지라도 힘들다. 그러나 어떻든 조복에 성공했다.

저녁강의는 적엄스님의 화두 제시가 있었다. 참선 콘셉트는 '인연'이다.

빚을 갚던지, 받던지, 다음 생애까지 갈 필요가 있을까. 어차피 나는 꼬리 달린, 뿔난, 비늘 가진 생물로 태어날 텐데. 다시 세상에 올 인연의 확률은 3억분의 1이란다. 가능할까?

오늘 한 명의 도반이 떠났다. 몸이 견디지 못해서 떠난 것을 나중에 알았다.

제52기 단기출가를 담당하는 교사스님은 학감 상엄스님, 지정스님, 눌산스님, 선문스님(여 행자담당 비구니스님) 등 네 분이 맡으셨다.

상엄스님은 단기출가 출신으로 삼보일배 및 108배 등 행자들의 모든 정진에 앞장서신다. 다소의 융통성도 스님 스스로에게 인정하지 않는 존경스런 분이다. 스스로에게 관대하지 않고 엄격하신 분이다.(상엄스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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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엄스님.

지정스님은 30대 중반에 출가한 사미승으로 어린아이를 두고 출가하셨단다. 동국대 경주캠퍼스에 재학 중이다. 출가자들이 견뎌야 할 과정의 힘듦을 차분히 안내해 주신다. 과정의 질서를 어길 때는 가차없이 지적하신다. 동진출가의 필요성을 강조하시며 호흡법과 경전 등을 맡으셨다. 세상을 살아본 경험으로 세상의 영원한 것도 없고, 잠시 지속되는 인연들의 관계, 조정, 균형 등을 시간 나실 때마다 알려주셨다. 곧 회갑을 맞을 나이를 살았으면서도 깨닫지 못한 이치를 알려주신, 참 많은 도움을 주신 스님이다.(지정스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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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스님.

눌산스님은 통도사 강원을 나와 동국대에 재학 중인데 행자들에게 늘 다정다감하게 대해주시다 스스로에게 참회를 하기도 하는 휴머니즘 자체인 스님이다. 선문스님은 운문사 강원을 나와 동국대에 재학 중이다. 떠나오는 날 스님께 인사를 드렸더니 두 손을 잡아주신다. 부처님의 따스함이 이런 것일까. 새삼 눈물이 났다.

선문스님이나 눌산스님은 동진출가해 일찍 결혼한 친구들의 아들, 딸 또래지만 승향(僧香)이 아름다운 스님들이다.(두 스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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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문스님.


■ 6일차, 결가부좌 자세 완성되어가고 가벼워지는 몸

7월 6일 (금) 6일째.

"우리는 남의 목장에 있는 소 숫자만 세고 있는 무지한 중생들이다."

저녁 불식 이틀째로 오전 6시 30분 아침 공양과 11시 30분 점심공양 이후 다음 날 아침까지 물만 먹는다. 몸이 날아갈 듯 가볍다. 스님 말씀으로는 유럽의 시차를 겪고 있다 한다. 밤 9시에 잠들고 새벽 3시 40분에 기상하는 시차를 말한다. 우리는 주로 새벽 1시에 잠들고 늦게 일어나는 버릇에 비하면 스스로에게 천지가 개벽할 일이다.

이곳에서 세상 변하는 것을 볼 수 있는 것은 시계뿐이다. 입학식 전 사물검사를 통해 의복과 필수 약품 등을 제외하고는 모두 창고에 보관했다.

참선과 명상을 위한 결가부좌(나는 반가부좌) 자세가 완성시기에 들어갔다. 힘들고 괴롭다. 하지만 이 과정을 이겨내면 스스로에게 업장이 소멸되가는 느낌이 들것 같다.

상엄스님은 "신체의 고통을 이겨내야 한다"고 강조하신다. 조복 당하지 말 것. 이 과정을 겪은 뒤 선의 경지에 이르면 오욕에 빠진 이들의 어리석음이 보인다(인도 개들이 길거리 인분을 먹으며 즐거워하는 것처럼 보인다) 한다.

지정스님은 "도반들끼리도 생각이 다르면 충돌이 비롯된다. 각자의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그렇다"고 하신다. "그래서 배가 산으로 간다. 이럴 때 내 생각을 접으면 된다. 조화와 균형. 이것이 중생을 교화하는 지름길이다" 담임스님의 오늘의 법문이다.

아직 몸무게는 줄지 않는듯하다. 교육장에는 체중계가 없다. 아내와 아이들이 보고 싶다.



■ 7일차, 서대수정암 참배 '마음 내려놓기'

7월 7일 (토) 7일째.

저녁 불식 3일째다.

전생의 업을 이생에서 바꾸는 법. 부처님은 의왕(의사 중의 왕)이다. 마음의 병을 모두 고친다.

스님께서 강조하신다. 우울증이 있는 도반들을 위한 현재의 내 상태체크법(우울 1. 2, 정상 3. 4. 5, 흥분 6. 7)을 정하고 스스로 정상을 유지하며 상태를 체크하라 하신다.

법당은 내 몸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 부처님의 표정을 보면 현재의 내 모습이 보인다. 오묘함이 내재돼 있다.

오늘은 서대수정암에 참배를 갔다. 법당이라고 하기엔 너무도 비좁은 한평 남짓한 방에 갓난아이만 한 부처님이 있다. 벽을 사이에 두고 사람 하나 간신히 누울 방이 법당과 경계도 없이 마주하고 있다. 전기도 가스레인지도 없는 이 작은 절의 주지는 탄공스님.

탄공스님의 법문은 재려법지(財侶法地). 단월, 도반, 스승, 도량을 일컫는 말이다. 1자 수목림에는 참나무도 1자로 자란다. 사회생활과 행자 생활과정에서 도반의 중요성을 비유한 것이다.

수정암에는 탄공스님 혼자서 기거하고 수행 중이다. 수많은 방송 등 각종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탄공스님을 인터뷰하려 해도 만나지 않으신 분이다. (탄공스님 사진)

이 스님에게 법문을 듣다니 참으로 영광스럽다. 그리고 서대수정암 주변 광경이 너무도 환상이다.(수정암에서 내려다보는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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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암에서.

오늘은 아이들 생각이 많이 났다. 내 아이들은 삶의 향기가 있다. 서로 싸우면서도 자기들끼리 있을 때 서로 의지하는.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자라준 내 아이들에게 감사하다.

행자 생활이 일주일째 접어든다. 휴대폰, 집, 회사, 가족, 친구 등 세상과 끊어진 채 일주일이 지나고 있다. 내 생애 처음이다. 한때 처절하게 힘들게 생활했던 고생의 결과로 부처님이 주신 휴식인가(사실 몸의 피곤함은 육군훈련소와 같다). 마음이 날아갈 듯 가볍고 결국 몸도 가벼워진다.

'나만 빼놓고 다 내려놓을 수 있을까… 놓아버리면 쉬운 삶인데… 그렇게 살아봐야겠다.



■ 8일차, 우연히 지인 만났으나 알아볼 리 없어 '이것이 인생'

7월 8일 (일) 8일째. 비.

"너무 급하게 생각(결정)하지 마. 삶=애씀=수행(정진) 삶이 곧 수행이다."

좀 더 지나면 내가 보일 것 같다. 지금이 중요하다. 현재밖에 없기 때문이다. 과거는 후회이고 미래 걱정이 곧 번뇌다. 지금이 중요한데 왜 과거를 후회하고 미래를 걱정하는가.

현재의 스탠스를 견고히 하면 된다.

오늘은 동대관음암을 참배했다.(동대 관음암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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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 관음암에서.

지광스님(출가학교 출신)은 법문은 통해 스펙이 해탈에 장애가 된다고 하신다. 배움 없이 해탈하셨다는 구정선사(짚신부처). 즉심시불(卽心是佛)을 '짚신이 부처'로 잘못 알아듣고 깨우쳤다. 스승으로부터 엄동설한에 가마솥을 아홉 번 바꿔달게 한 후 깨달음을 인가한 곳이 동대 관음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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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 왼쪽 건물 안에 가마솥이 있다.

월정사 공양간에서 점심 발우 행익을 하던 중 경기도지사 보좌관을 지낸 지인을 봤다. 독실한 불자이신 그분은 부인과 함께 월정사에 참배 온 듯하다. 참 반가웠다. 그러나 묵언 수행 중으로 아는 체하지 못했다. 그도 나를 봤으나 삭발에 행자복을 입은 단체에 껴있으니 알아볼 리 없다. 이것이 인생이다. (발우공양 행익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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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우공양 행익.

난 음식을 보면 식탐이 일어난다. 그래도 반 공기 정도씩의 밥 두 끼로 하루를 잘 견디고 있다. 수행이지만 몸이 가벼워진다. 마음도 가볍다. 정진의 틀에 익숙해진다.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참회는 밭갈이로 자신을 일구기 위한 기본 요소요, 참회는 또 발원(씨앗을 파종하는) 하는 시점이다, 또 마지막 서원주간에 추수를 해야 한다. 불교 3단계 수행법이다.

"다 버릴 수 있을까. (나를 버려야 할 것 같은데) 스스로에게 독으로 다가오는 욱하는 버릇과 운전의 습관, 짜증 나는 목소리를 구름을 나는 기분과 아름다운 천상의 목소리로 들리도록 내 마음을 변환시켜야 한다."



■ 9일차, "누리려는 게 욕심" 어떻게 살 것인가.

7월 9일(월) 9일째.

장맛비가 많이, 지속적으로 쏟아진다.

현기스님의 특강이 있었다. 주지 정념스님보다 선배 스님이시다. 기개가 장대하고 스님의 길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는 분이라는 느낌이 든다. 마음으로 대화하자 신다. 즉문즉답으로. 내가 질문했다. 부부란 무엇인가? 또 팔자라는 게 있는지? 아재아재바라아재의 여주인공은 좋아하는 남자들이 죽고 난 뒤 불가에 귀의하는데 예방할 길은 없었는지?

"부부란 관계를 갖는 도반으로, 영화의 여주인공은 일찍이 출가를 했어야 했다"고 한다. 팔자가 있다는 뜻으로 보인다.

비우고, 버리고, 내려놓고, 태우고, 던져버리자. 현재의 나를 봐라. 다시 복귀하면 어차피 중생의 길을 다시 가야 한다. 보살의 길을 걷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오로지 현재 지금이 있을 뿐이다. 현재의 생각이 중요하다.

중대사자암 주지 해여스님은 "알아차리고 난 후 한숨 멈추고 말하면 된다"고 말씀하신다.

'천상천아유아독존'은 내가 중요하다는 뜻일 듯하다. 내 생각이 곧 우주라는 뜻이다. 내가 생각을 잘못해 발생하는 수많은 사건 사고들. 보통의 평범한 순리를 따르면 일어나지 않을 불행들. 그러니 내 생각이 얼마나 중요한가. 내 맘이 곧 부처다.

지금 나는 27년의 직장생활 중 최초로 나를 보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향후 어떻게 살 것인가를 생각한다. 내면의 나. 누리려는 게 욕심이었다. 진짜 중요한 것은 건강이다. 나 자신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수행 중 배우는 참선 요가는 신체의 탄력을 요구한다. 굳은 신체를 유연하게 하려는 고통이 수반된다. 그러나 힘들지만 해내고 있다. 졸업 후 건강관리를 위해 꼭 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 10일차, 다비장 체험을 앞두고 유서 작성

7월 10일 (화) 10일째. 비.

"잘 보듬자, 나를 아끼고 사랑하자(진심으로)"

혜안스님은 조계종 재정국장을 지내셨고 월정사 산감 소임을 맡고 계신다. 총무원에서 종단을 위해 큰 일을 해보신 분으로 덩치만큼 여유와 인자함이 가득하다. 땀도 많이 흘리신다. 성량이 풍부해 스님의 염불은 최고의 평가를 받는다.

스님은 "머리 깎고 절에 가겠다는 말은 하지 마라"고 하신다. 실제로 그런 말을 하고 싶지 않다. 너무 힘들기 때문이다. 스스로 염원을 가져라(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희망을 버려서는 안된다). 스님이 되려면 6개월의 행자승을 거쳐야 한다. 행자승은 밥 짓고 설거지 등 허드렛일을 포함해 힘든 일을 한다. 중간에 힘들면 집으로 도망가라는 의미도 포함돼 있다.(지장암 포행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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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장암 포행.

단기출가도 힘들기 때문에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에서 단기출가 기간을 행자승 기간에 포함 인정해 준다고 한다.

혜안스님께서는 불치하문(不恥下問. 아랫사람에게 묻는 거 창피해하지 마라) 하신다.

오늘은 죽음 이후를 연습했다. 다비장 체험을 앞두고 유서를 작성하라는 학감스님의 말씀에 따라서다.

첫 번째로 죽음 후에는 어떨까를 생각했다.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실직하고 또 원하지 않은 상황의 진척에 따라 구속수감 되고, 인연의 지속을 유지하지 못한 채 이혼하는 현실이 비일비재하다. 모든 것에는 시작과 종료가 있기 마련인데, 한 사람의 인생의 과정에는 다양한 모습이 있다. 마찬가지로 나는 오늘부터 이틀 정도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볼 계획이다. 예정 없이 이생을 마친 나를 생각하니 아쉬움이 청천벽력이다. 상가의 주변(가족, 회사, 친구, 친지, 사회 지인)들의 표정을 생각해봤다. 내 가족의 모습도, 나 죽은 후 내가 어떻게 보여질까도 그려볼 계획이다.

지정스님과 경전을 외웠다. "담마짝 깝빠 와따나 숫따". 수많은 스님들이 단체 독송하는데 따라 하면 참으로 마음이 편해지는 경전이다.(단체 경전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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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 경전.

해융스님의 강의가 있었다. 힘을 키우려면 그릇을 키워라. 얻기 위해선 뭔가를 버려야 한다. 종교는 문화적, 시대적, 지역적 특성을 가미해야 한다. 마음의 병을 치유하는 의지처가 종교다.



■ 11일차, 빗속 삼보일배 결국 '비우는 법' 깨닫는 과정

7월 11일(수) 11일째. 비.

적멸보궁까지의 빗속 삼보일배는 누적된 마음의 찌꺼기까지 빗물과 땀으로 녹아 내린듯하다. 적멸보궁에까지 따라나선 자원봉사자 선배들은 초코파이와 수박을 제공한다. 이 또한 크나큰 공덕이다.

상원사에서 적멸보궁까지 하는 삼보일배는 두 시간 걸린 듯하다. 참으로 힘들었다. 수행의 길이 쉽지 않으리라 생각했지만 견디기가 힘들다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하물며 앞장서 목탁 치며 나아가는 스님들은 얼마나 힘드실까. 우리는 가끔 요령도 피우지만 스님들은 스스로에게 너무도 엄격하다. 볼수록, 갈수록 스님들에 대한 존경심이 우러나온다.

결국 '비우는 법'을 깨닫게 된 것 같다. 수행 10여 일 만에 내려놓게 되는 법을 알 것 같다. 죽음(내 장례) 이후 모든 것을 내려놓고 비우려 한다.

발원주간에는 비우는 법을 꼭 배워야겠다. 내일부터는 비우고 내려놓을 것을 정리해 보려 한다. 마누라, 자식, 부모, 형제 등 모두 다 내려놓으려 한다.

도반 중 거슬리는 역행 보살이 있어 꾹 참다가 폭발 직전 반장께 얘기하고 학감스님께 '참는 것과 비우는 (내려놓는) 것의 차이가 뭔지?'를 필담으로 여쭤봤다.

밤늦게 학감인 상엄스님으로부터 반장을 통해 답장이 왔다.

"억지로 견디는 것은 참는 것이지만 스스로를 깊이 바라본 후 '아 요놈이구나'. 모습을 드러낼 때 그것을 내려놓으면 된다" 하신다.



■ 12일차, 고요하고 아름다운 전나무 숲길 포행

7월 12일(목) 12일째.

"내 생각에 속지 마라." 지정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지하철 아이들 얘기다. 지하철에서 아이들로 떠들고 놀고 있다. 너무 심하게 난리를 치며 놀아도 아버지로 보이는 보호자는 지적이 없다. 참고 참다가 한마디 했다. "아이들이 너무 심하다. 자제시켜달라." 아버지가 말한다. "지금 아이들의 엄마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병원으로 가는 길인데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판단이 서질 않는다. 죄송하고 미안하다." 아 그렇구나… 참을 수 없는 나의 가벼움을 어떻게 할 것인가. 엄마 잃은 천사들. 아내 잃은 남편의 순애보를 어떻게 달래줄 것인가.

생각은 상대적이다. 내 생각에 속아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모든 이들이 내 기준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큰 오류가 발생한다고 스님은 말씀하신다.

부처님도 말씀하셨다 한다. 진짜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했을 때 '묵빈 대처하라. 생각으로부터 자유로워져라'.

오전 40분 동안 펼쳐지는 전나무 숲길 포행은 천국을 산보하는 듯 고요하고 아름답다. 내 또 언제 이 좋은 숲길을 걸을 수 있을까.(전나무 숲길 포행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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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나무 숲길 포행.

오늘도 수행과정에서 느끼는 고통이 크다. 많이 적응됐다지만 그동안 수축된 근육과 핏줄 등을 펴야 하고 이완된 마음을 수축시키는 과정이 쉽질 않다. 엉덩이에 굳은살이 배겼다. 복숭아뼈 밖에는 굳은살이 박였고 새끼발가락에는 티눈이 생겼다.

유엄스님은 어머니도 스님으로 19세 동진 출가해 동국대와 공군 8 비행단 대위, 사회국장을 역임하고 요양원장을 맡고 있는 정념스님의 상좌스님이다.

남대 지장암에는 지중스님(비구니스님으로 지장암주지)이 우리를 맞으셨다. 충북 보은 출신으로 20세에 출가하셨는데 2남 3녀 중 세 번째로 막내 남동생도 출가해 남매스님이시다. 스님의 출가과정과 동장군이 맹위를 떨치는 월정사의 동안거에 겪으셨던 힘들었던 정진 과정을 말씀하셨다. 지중스님의 자애로움은 마치 지장보살을 친견한 느낌이다.(지중스님 법문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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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스님 법문.

지장암에는 27명의 비구니스님이 수행 중이다. 이중 20명의 비구니스님이 하안거 용맹정진 중이시란다.

지중스님께서는 임종 지키는 법을 알려주셨다. 반 오른쪽으로 눕히고 만지지 말 것, 가장 부드러운 옷 입히고 사망 후 1시간 동안 조용히 지켜보고 크게 울지 말 것. 귀가 가장 늦게 닫히기 때문이라 하신다.(지장암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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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장암에서.

산자와 사자는 물과 흙(집착이 깊으면 사태처럼 흘러내림)이 돼 쉽게 떠나지 못하게 한단다. 편하게 보내야 서로 좋다. 자살은 자신을 살인하는 것으로 천도가 가장 어렵다며 절대 해서는 안 될 이승의 행동이라 하신다.

저녁강의는 선문스님의 마음 챙김(바디스캔)이다. '마음에 이는 이 화는 어디서 왔는가?' 원인은 상대를 보고 내가 판단(내 자의적으로)한 것이 원인이라 하신다.

틀렸는데 그것을 내가 모른다. 맞는 줄 착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맞다 누구하고도 싸울 일이 없을 듯하다.

곧 다가올 다비장 방문을 앞두고 유서를 작성한다.



■ 13일차, 다비장 체험전 '나의 삶 돌아보기'

7월 13일(금) 13일째. 맑음.

"생각을 다이어트 하자(죽은 이 옷 버리듯 과감히) 다 놓자"

인광스님은 28세에 출가해 법랍 25년이 되셨다. 여성적인 느낌을 가진 스님이다. 해인사 강원을 나와 상원사 주지, 총무국장, 자연 명상마을 대표, 정념상좌로 스스로에게 엄격한 분으로 알려져 있다. 단 한가지의 계도 어기지 않는 스님이다. 향후 월정사 주지를 맡으실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오늘은 새벽 3시 30분에 기상했다. "이렇게 좋은 부처님의 하루가 또 시작된다". (종성체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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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성 체험.

조식 후 포행을 했다. 이렇게 좋은 길을 내일 또 올 수 있을까. 감사한 나날이다.

오늘 일정은 이렇게 보냈다. 새벽예불, 단체 108배, 참선, 발우공양, 포행(전나무 숲길), 상강래, 유엄스님 강의, 사시불공, 점심 발우공양, 육각전 참배(포행) 인광스님 강의, 단체 참회(도반 중 음식물 개입섭취로 단체기합), 청소, 개인정비, 담마짝 깝바(단체경전독송), 저녁예불, 나의 삶 돌아보기(유서 작성 등), 수행일기, 취침.

나의 삶 돌아보기는 다음과 같은 순서로 작성된다.

1. 나의 삶 돌아보기= 애틋하고 애잔했던 순간들. 1) 나의 가족, 2) 나의 친구 3) 나의 사랑
2. 나는 무엇을 후회하는가.
3. 내 인생의 멘토(내게 비전과 영감을 준 고마운 사람들)
4. 내 인생의 멘티(내가 힘들고 지칠 때 무너지지 않게 해준 사람)
5. 내 인생의 의미
6. 내 인생의 의미 있는 순간들(미닝니스 모멘트)
7. 나의 공부(나는 무엇을 배우고 느끼고 살아왔는가)
8. 나의 유언(다잉 워드)로 작성해야 한다.



■ 14일차, 무려 7.5kg 감량 가벼운 몸으로 다비장 체험

7월 14일 14일째. 맑음(어제부터 엄청 더움)

'바뀌기는 어렵다. 다만 전환점은 될 것'. 다비장 체험, 이전의 나를 다비시키고….

오늘 강의는 불교 교리로 자현스님이 강의하셨다. 자현스님은 박사학위만 5개를 받으셨다. 승가대 교수, 교무국장, 불교신문 논설위원, 교육학전공으로 유명세가 보통이 아니시다. 강의내용도 자유자재로 다양한 사례를 들어 이해를 돕고, 스스로의 자아비판도 교수법을 위해 스스럼없이 말씀하신다. 인기가 높은 이유가 있다.

자현스님은 인생의 재건축시점을 강조하신다. 출가학교는 새로운 변화를 준 계기가 될 것이다. 군대, 감옥에서도 안 바뀌는데. 쉬 바뀌겠는가 하지만 분명 전환점을 될 것이라 강조하신다.(자현스님 불교교리 설명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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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현스님 불교교리 설명.

오늘 체중계가 설치됐다. 몸무게는 68.5kg. 들어올 때 76kg이었으니 무려 7.5kg이 감량됐다. 가히 놀랄 수준이다. 몸이 너무 가볍다 생각했고 수행요가를 통한 골반 펴기 등 다양한 체형변화 유도 등이 효과를 본듯하다. 하루 두 끼 먹고 14일 만에 이 정도의 감량이 가능할까. 참 좋은 수행이다는 생각이 든다.

저녁 예불 전 종성 및 목어, 운판 타종을 관람하고 저녁예불 후 드디어 다비장으로 향했다.

전나무 숲길 입구에서 삭발기념탑 방향으로 1.5km 가량 산속을 향하면 다비장이 나온다. 스님들의 화장터다.(다비장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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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비장.

고승들의 다비는 십자로 파인 20cm 크기의 5m 내외 흙바닥에서 행해진다. 장작을 쌓고 관을 올리고 젖은 나무를 올려 연꽃으로 장식 후 바닥 십자 통로에 기름을 부어 2~3일을 태운다.

다비장에서는 행자들 각자가 작성한 유언장을 다비시켰다. 다비 전 몇 행자가 대표로 자신의 유언을 읽었다. 깊은 아픔과 고통이 배어들어 모두가 눈물로 고통 및 업장소멸을 기원한다.(다비장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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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비장.

■ 15일차, 육체의 고통은 '지옥'이지만 마음의 평화로 '천국'

7월 15일(일) 15일째.

오늘로 행자 수행 입교 2주일째다. 세상 밖 소식이 궁금하다. 힘들고 힘들지만 천국 놀음에 빠져있는 듯하다. 한편으로는 힘든 지옥 생활을 미리 체험하는 듯하다. 육체의 고통으로 보면 지옥인 듯싶으나 마음의 평화로 보면 천국이다. 내 마음속 생각의 차이일까?


/글·사진=김환기기자 khk@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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