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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엄'이 피운 연결의 힘, 기후위기 양극화 시대 극복할 열쇠(강원도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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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월정사 지킴이 작성일23-12-05 11:32 조회1,91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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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월정사 주지 퇴우 정념스님
강원특자도 위한 컨센서스 필요
스마트도시·산촌 매력 발굴
환경 파괴 최소화 방향성 구축
감각적 사회 속 가치 실종 현상
화엄 사상으로 이분법 탈피 가능
갈등 고조·양극화 극복의 열쇠
자국 이기주의 속 제3의 길 모색
생존 문제에는 진영·국가 없어
산중 열어 다양한 생각 모을 것

▲ 최근 오대산 월정사에서 본지와 만난 정념스님은 “집착, 욕망 등 고통의 원인을 바르게 바라보면  삶의 순간과 의미가 전환될 것”이라고 했다.  서영
▲ 최근 오대산 월정사에서 본지와 만난 정념스님은 “집착, 욕망 등 고통의 원인을 바르게 바라보면 삶의 순간과 의미가 전환될 것”이라고 했다. 서영
회복력의 시대다. 기후위기와 전쟁, 차별과 혐오, 지역소멸… 인류를 직접 위협하는 수많은 말들이 미디어를 오르내린다. 생명이 흘러넘치고 존중과 사랑이 가득한 세상은 정말 멀기만할까. 양극단의 갈등을 줄이고 중간지대를 넓혀갈 수 있는 통합의 지혜가 절실한 시기다. 그 해답을 얻기 위해 부처님 오신날을 앞두고 평창 오대산을 찾았다. 이곳에서 만난 조계종 제4교구 본사 주지 정념스님은 “동양의 인문정신 안에서 전세계가 화합하고 신냉전구조를 해소할 길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인간중심의 서구적 세계관을 넘어, 모든 생명이 연결돼 있다는 인식의 전환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동양, 특히 불교철학이 전세계인 모두에게 공감과 영감을 줄 수 있는 미래의 정신문화를 제시하기를 바랐다. 그 작은 움직임의 시작으로 오대산이 생태의 가치를 찾는 큰 도량이 되었으면 한다는 희망도 밝혔다. 미래 세대가 내일을 꿈꾸고 명상하는 열린 공간, 욕망을 위해 과도하게 소비하며 쉼없이 달려가는 우리를 위한 반성의 공간, 그 작은 틈을 열겠다는 생각이다.

정념스님은 패권주의 일변도의 최근 세계 정세부터 동양·불교철학과 화엄사상의 미래적 가치, 인구절벽, 강원특별자치도가 나아가야 할 방향까지 폭넓은 주제를 풀며 이같은 구상을 제시했다.

- 요즘 정치와 사회, 다양한 경계에서 갈등이 깊다.

= “안경 색깔로 과도하게 양분되고 있다. 한국 불교는 이러한 안경을 걷어내는 데 궁극적 목표가 있지만 적어도 색깔을 좀 벗겨내야 한다. 있는 그대로를 잘 바라볼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고정관념이 아니라 유연성을 가지고 가야하는 시대다. 산업화와 민주화라는 역사의 큰 물줄기를 넘은 지금 시대에는 보수와 진보가 서로 인정하고, 기술의 빠른 발전 속에서 미래 가치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 젊은 세대가 철학과 이상을 이야기 해야 하는데 물질중심적인 디지털 문화 속에 인식적, 감각적으로 흘러가고 있다. 한국사회의 깊이가 없어지는 느낌이다. 비판적 성찰은 젊은 세대와 지성인들이 가져야 할 자세다. 재난의 시기, 가치 실종의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세계 정세도 자국 이기주의로 흘러가다 보니 미국은 그간 유지했던 지도국가의 권위를 잃고 중국도 물질적으로 성장하면서 정신적 가치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새로운 제3의 길, 가치를 지향하는 정치 제도나 이념이 없다.”

-가장 가치중립적인 것은 기후위기와 환경 이슈다.

= “생명에 대한 문제는 누구도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기후위기는 생존과 직결돼 있기 때문에 정치진영이나 국가, 이익집단이 따로 있을 수 없다. 새로운 정체성을 가진 진보가 만들어져야 하고 보수적 가치 또한 새롭게 정리돼야 한다. 이데올로기적 관점은 역사의 퇴행이다. 강원도민일보도 시대적 가치를 구현하고 기후위기를 비롯한 미래, 생활의 문제를 고민하고 그런 문화를 어떻게 만들어낼지 짚어야 한다. 인간이 지구촌의 한 구성원이라는 관점 속에 어떤 것도 똑같지 않은 자연을 바라보는 연결성, 그런 사고와 가슴을 열어내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성은 옳고 그름을 가르는 분별의 세계이지만 감성은 무엇이든 평화롭게 수용하는 드넓은 자비심을 드러낸다. 존중, 사랑 등을 연결하는 동체심을 통해 뭇 생명을 하나로 바라볼 수 있다면 기후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동양철학, 불교에서 제3지대의 답을 찾을 수 있을까

= “기후위기와 신냉전구조를 해소할 가치 이념을 동양의 인문정신 속에서 찾을 수 있는 시대가 왔다는 생각이다. 월정사에 계셨던 탄허스님은 ‘화엄’사상을 최고로 꼽았다. 어떤 것도 똑같은 것이 없고 모두가 꽃이라는 관점이다. 모든 것이 연결돼 있고 개인과 전체의 가치를 따질 수 없다는 것이다. 인간의 인식을 제한하는 이분법적 상대적 개념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불교의 존재론이다. 이같은 성찰은 부분과 전체의 연결, 공생과 공존의 가치를 생각하게 하고, 생명에 대한 외경심을 갖게 한다. 먼지 속에 우주가 있다는 생각이 생명존중 사상의 바탕이 되는 것이다. 이처럼 화엄을 바탕으로 장자, 주역 등을 곁들여 세계 정신문화를 추구하는 인재가 나올 때가 됐다. 명상수행을 통해 세상의 평화를 바라볼 수도 있다. 불교가 평화를 위한 사상적 기여를 할 것이다.”

- 이해관계의 충돌이 복잡해지는 사회다. 불교가 줄 수 있는 해답은.

=“산중은 문을 크게 열고 다양한 생각을 정리하고 메시지를 줄 수 있는 판과 장소를 제공할 것이다. 우리는 욕망 충족을 위해 쉼없이 달려가고 있다. 이 생각이 어디서 일어났는가를 공부하는 것이 명상이고 수행이다. 중생이 부처되는 길이다. 궁극적으로 본래 다 완성되어 있는 셈이다. 상대적 개념이 일어나기 전, 본래 빈자리에는 윤회가 없다. 지옥, 천상, 윤회 등 다양한 분별이 세상을 규정짓지만 불교는 본래 일어난 곳이 없다는 것이 불교적 논쟁이고 명료하게 통찰해야 한다. (방에 걸린 글씨를 가리키며)‘부유만덕 탕무섬진(富有萬德 蕩無纖塵)’은 화엄경에 나오는 법문으로 ‘부유함은 만덕을 가졌고, 텅 비어 없음은 먼지 하나 없다’는 내용이다. 작은 번뇌 없이 장엄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다. 지구촌에 생명이 흘러넘치고 존중과 사랑이 가득하길 바란다. 조건에 의해 영원한 것은 없다.”

- 최근 오대산에 머물렀던 고 김지하 시인의 1주기였다.

= “김지하 시인은 이곳에서 생명사상과 화엄이라는 연결고리에 깊게 천착한 것 같다. 개인의 죽음이 전체성을 담고 있다고 인식했다. 전체를 위해 개인을 희생해서는 안된다는 것, 생명의 등가성이다. 먼지 하나에도 우주의 섭리가 들어있다. 개인의 자유에 방점을 두면 전체성에 대한 오해가 생기고, 전체를 먼저 생각하면 개인은 희생해야 한다. 사회가 균형 있게 갈 수 있는 유기성이 중요하다. 이것이 평면적 관계를 넘어 세계를 크게 확장시킬 수 있다. 그런 눈을 열어 낼 수 있는 사상으로서 화엄이 이 시대에 필요한 이유다. 집착과 상대적 개념을 내려 놓고, 이 순간에 있는 실상으로 자기화를 시켜야 한다. 우리는 가상의 삶을 살고 있다. 자신을 절대화 시키면서 갈등 구조가 일어난다. 변화 속 의미를 찾다가 정신병리 현상도 겪게된다. 의미를 구축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 강원특별자치도 출범을 앞에 두고 있다.

=“강원도가 지닌 자원을 바탕으로 꾸준하게 특정 영역을 담당하는 지역으로 발전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한다. 치유의 문화다. 자연파괴 없이도 가치를 살려낼 방향성이 있어야 한다. 생태, 강원만의 산촌문화 등 매력을 발굴했으면 한다. 과거 화전민들이 일군 너와집처럼 자연과 동화되는 문화가 시대에 또 다른 메시지를 줄 수 있다. 다양한 주거문화를 제시하고 디지털 발전과 더불어 재충전 공간이 마련하는 것이다. 농촌을 하나로 묶어내는 일이 필요하다. 2∼3만명 규모의 스마트 도시를 구상할 수 있다. 교육, 문화, 금융 등이 함께 충족돼야 젊은이들이 모인다. 명상과 힐링, 재택근무가 가능한 신도시 개념이 지방소멸을 막을 수 있는 길이다.”

- 궁극적 방향은 어떻게 가야 하나.

= “도민들은 어떻게 지역이 혁신되고 어떤 이익이 올 것인지에 관심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특별한 대형 산업 유치는 당장 어려울 수 있다. 주민들이 원하는만큼 규제를 풀고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일도 쉽지만은 않다. 난개발을 초래할 위험도 있다. 난개발은 안된다는 기본 관점 속에 주민들이 원하는 방향을 잘 엮어야 한다. 과도한 소비 욕망에 대한 반성적인 측면에서 많은 내용이 담기길 바란다. 필요하다면 종교계 등에서 컨센서스를 모아 통합적인 길을 제시하는 것도 필요하다. 종교 역시 시민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불교적 논쟁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내고, 회복을 이룰 수 있다. 하지만 아직 생활에서 공감을 깊게 이뤄내지 못하고 있지 않은지 반성도 한다. 종교의 역할은 무엇인가, 시대에 물어야 한다.” 진행/김여진·정리/김진형

출처 : 강원도민일보(http://www.kado.net)
김여진 
2023-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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