三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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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묵담 작성일22-07-03 16:59 조회2,079회 댓글0건본문
三代
2년 6개월 만에 열린 정기법회에서 아주 특별한 만남이 있어 두 주인공 위주로 소개합니다.
아마도 10년은 더 된 것 같습니다. 법철 스님이 선우회 지도법사를 맡고 계실 때 현기스님 방에 가서 처음 인사들이고 스님으로부터 심오(深奧)한 법문을 들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그 뒤로 정기법회 때 가끔 법문을 청해 들었습니다.
그리고 오랜만에 열린 정기법회에 박상숙(청량)보살님 가족 3代가 참가한 일은 최고의 화제가 되었습니다. 그중에도 초등 1학년인 8살 김도연보살이 주인공입니다. 도연 보살은 어릴 때부터 할머니와 함께 사찰에 다니며 예절이나 어른들을 대하는 자세 등을 꾸준하게 익혔다고 합니다. 그리고 신통방통하게 그 누구와도 잘 어울려 노는 아이가 너무 대견스러웠습니다. 노장 스님 품에 안겨서 놀며 또박또박 대답하는 태도와 스님과 헤어질 때는 공손하게 인사하고 서서 기다리는 모습 등 8살 아이가 너무 어른스러운 행동을 해서 모두가 감탄했습니다.
도연보살이 공양간에서 저녁 공양하는 모습을 현기스님이 지나치다 보시고 한동안 넋을 놓고 흡족하게 웃으시며 바라보는 모습이 노장스님도 천진난만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맨날 노보살님과 거사님을 보다가 진흙탕 속에서 향기롭고 깨끗하게 화려한 연꽃을 피울 새싹을 보았기에 어린아이처럼 좋아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일요일 새벽예불과 참선을 끝내고 천년의 숲길 포행을 나서다가 새벽 예불 때 못 일 어나 늦게 온 도연보살과 현기스님이 마주치자 너무 좋아하시며 스님 품에서 도란 도란 대화를 하는 모습이 너무 인상적입니다. 스님 하시는 말씀이 도연보살이 할머니와 어머니 따라왔다고 대답하니 앞으로는 할머니와 어머니를 내가 모시고 왔다고 대답하라는 당부를 하시고 기념사진으로 아쉬운 작별 인사를 했습니다.
제가 근무하는 고등학교는 전교생이 900명이고, 4년째 근무 중인데 초등학교 1학년인도연보살처럼 예의 바르고 심지(心志) 굳고 바르게 자란 학생은 1명 보았을 정도입니다. 예전에는 밥상머리 교육이 참 중요했는데 지금은 핵가족으로 분열되면서 그런 모습이 많이 퇴색해서 가슴 한편으로는 무거운 마음으로 임한 법회라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예전에 신영복선생과 현기스님의 인연 이야기가 신문에 소개된 내용이 너무 재미가 있어 퍼 왔습니다.
몇 년 전의 일이다. 한밤중에 전화가 울려왔다. 한밤의 전화는 예사로운 것이 아니다. 깜짝 놀라 서둘러 전화를 받았다. 놀랍게도 편안한 목소리가 나를 맞았다. “선생님 달 보냈습니다. 받으세요.” 그 한마디만 남기고 전화는 끊어졌다. 월정사의 현기 스님이었다. 아파트 베란다에 나갔더니 과연 중천에 보름달이 와 있었다. 현기 스님이 보낸 달이었다. 소유란 무엇인가? 달(月)의 정(精)이란 자기가 깨닫는 것만큼 가질 수 있을 뿐이다. 자기가 변화한 것만큼 몸으로 가지게 되는 것 인지도 모른다.
-경향신문 (신영복의 변방을 찾아서 5, :오대산 상원사) 발췌-
2022/07/01, 월정 선우회 홍보담당 : 묵담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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