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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묵담 작성일12-10-03 17:32 조회9,17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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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 건축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특징 건물이나 화려한 색상에 초점을 맞추지

말고 건물과 건물 사이에 만들어지는 비어 있는 공간에 주목해야 한다. 영산암의 경우 구체적으로 마당이다. 영산암의 마당은 아래위의 크고 작은 마당으로 이루어져 있다. 두 마당은 세 단 정도의 계단으로 나누어져 있다. 하지만 계단의 공간분할 기능은 극히 미미한 수준이어서 두 마당을 분명하게 갈라놓지는 않는다. 얼핏 보면 붙은 것도 분리된 것도 아닌, 어정쩡하고 애매한 마당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영산암의 마당은 분리와 통합을 동시에 획득하고 있다. 그것도 대단한 건축적 고려나 정교한 구조물에 의해서가 아니라 한 그루 소나무를 통해서,”

위의 내용은 가보고 싶은 곳 머물고 싶은 곳(: 김봉렬, 사진: 관조스님, 컬처그라피) 183p, 봉정사 영산암 편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먼저 천등산 봉정사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장면을 생각하라면 우리나라 현존하는 목조 건물 중에 가장 오래된 극락전(국보: 15)을 먼저 생각하고 최근에는 영국여왕 엘리자베스2세가 한국방문 때 안동 하회마을에서 한국전통 생일상 받는 장면과 봉정사를 방문함으로 더 알려져 있지 않나 생각한다.

그리고 영산암은 1990년 초 전 세계 영화계의 각광을 받은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감독: 배용균)”을 촬영한 장소라고 한다.

이 책을 읽다 보니 글쓴이가 지적한 것처럼 선사가 손을 들어 달을 가리킬 때, 미망에 사로잡힌 제자들은 달을 보지 못하고 선사의 손가락만 본다고 했다. 나 역시 지난8월 안동 교장선생님과 선 우회 법회 가는 길, 봉정사에 들렸다가 극락전이라는 건물에만 집착하다 아름다운 암자는 못 보고 나중에 이 책을 읽다가 무릎을 친일이 생각난다.

글쓴이는 한국의 대표적인 건축가로 우리나라 각지에 흩어져 있는 절 집을 방문하고 종교적인 가람 배치나 중요성을 지적하고 건물을 찬탄한 것보다 우리 조상들이 깊고 높은 안목으로 지은 건축물이 현대적인 건축가의 눈에도 감탄할 정도로 매력적이고 아름다운 곳이 전국에 산재 한 것이 절 집이라 내용이 참 좋았다.

특히 건축물이라 함은 어떤 특정한 건물이 아니라 마당, 돌담길, 계단식 석단, 오솔길까지 모두 건축물에 포함해서 그 아름다움을 승화 시킨 이름없는 선배 건축가에 대한 예찬과 진심으로 존경을 표하는 내용이 책 곳곳에 배어나서 참으로 감명 나게 읽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이 아픈 사연도 곳곳에 묻어 나온다. 예전의 모습 그대로 있는 곳도 많지만, 불사라는 이름으로 하루아침에 옛날 것이 사라져 버리고 현대식으로 들어서는 절 집에 많이 실망한다는 전문 건축가의 안타까움은 진짜로 공감하는 부분이다. 도 반 여러분도 혹시 절 집 여행을 생각하신다면 이 책을 꼭 한번 읽어보시고 가시길 추천합니다.

2012-10-03, 남한산성 밑에서 묵 담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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