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간 계속된 비로 오대천 계곡에 큰물이 내려갑니다. 모처럼 계곡물소리가 우렁차고 시원했습니다.
비 그치면 불어난 물이 줄어드는 것도 금세라 큰물을 놓치지 않으려고 바람 몹시 부는 것도 관계치 않고 만월교부터 금강교까지 한 바퀴 돌았습니다. 거센 바람에 우산이 뒤집힐 뻔하고 무거운 몸무게에도 불구하고 몇 발자국씩 뒤로 물러서기도 했습니다.

농부님들의 말을 주워듣고 가뭄을 걱정했던 것이 얼마 되지 않았는데 이제는 비가 그만 그쳐주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은근히 몇 해 전의 엄청났던 수해가 생각나 염려되는 마음도 생겼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큰물이 나가고 나면, 구석구석 가라앉아 썩고 있던 낙엽찌꺼기들과 부산물,  바닥의 돌멩이에 끼었던 물이끼들까지 모두 씻겨나가 흙물 가라앉고 나면 소나기 내린 뒤의 햇살처럼 투명하고 맑은 얼굴을 한 오대천 계곡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내일은 햇살 투명한 맑은 하늘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