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암사] 찬바람 안 맞아도 ‘아득한 설경’ 눈앞에 (1월12일-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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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월정사 지킴이 작성일17-01-31 09:56 조회7,131회 댓글0건본문
눈 덮이고 얼음장 깔린 산과 계곡. 추위에 민감한 이들이 ‘갈 수 없는 나라’로 여기던 곳이다. 보통사람이라면 추울수록 마음이 끌리는 곳, 눈 쌓일수록 발길을 끌어당기는 경관이 기다리는 곳이다. 하지만 눈길·빙판길이라면 걷기도 싫고 서 있기도 싫은 이들에게 그곳은 그저 추운 곳일 뿐. ‘추위 취약자’도 그 아름다운 경관을 직접 즐길 방법이 없을까. 있다. 따뜻한 차 안에 가만히 있는 것이다. 설경 드라이브다.
위험한 눈길 드라이브라고? 몇 가지 원칙만 지키면 위험하지 않다. 첫째, 눈이 그친 직후에 떠난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고속도·국도·지방도는 어지간한 폭설이 아니면 눈 온 다음날 제설작업이 마무리된다. 눈 내린 뒤엔 하늘도 훨씬 깨끗해진다. 둘째, 산간 대도시 주변 산길을 택한다. 제설작업이 체계적으로 이뤄지는 곳이면서 추위를 녹일 수 있는 장소도 많고 가깝다. 셋째, 고갯길·굽잇길이 포함되므로 저단기어 운행, 서행 운전은 필수다.
추위 타는 가족·연인이 편하고 따스하게 한겨울 설경을 감상할 수 있는 드라이브 코스 2곳을 찾아갔다. 경치 좋고 볼거리 많은 산골이면서, 눈이 적게 오더라도 설산 풍경을 만날 확률이 놓은 강원 산간 고지대 코스다.
태백선수촌·대관령휴게소 인근
차 안에서 즐기는 설경 일품
저단기어·서행운전은 필수
함백산·선자령 트레킹도 해볼 만
고한~만항재~함백산 등산로~오투리조트 들머리
추워할 틈 별로 주지 않는 약 15㎞ 거리의 드라이브 코스. 정선군 고한읍 고한리, 38번 국도와 414번 지방도가 갈리는 상갈래교차로가 출발점이다. 출발점까지는 충주~제천~영월~태백으로 이어지는 왕복 4차로의 38번 국도를 이용한다. 414번 지방도 따라 오르막길이 만항재까지 이어진 뒤 함백산 입구 지나면서 태백시내(황지동)까지는 내리막이다.
초입부터 옛 광원들의 애환을 살펴볼 수 있는 삼탄아트마인, 적멸보궁 사찰인 정암사 등 볼거리가 짭짤한 산길이다. 눈 온 직후라면 도로 좌우가 온통 눈세상이 되는데, 볼거리들이 모두 도로변에 있으므로 오래 걸을 필요도 없다. 초입에 만나는 삼탄아트마인은 옛 삼척탄좌의 폐광시설을 보전해 문화예술 공간으로 재탄생시킨 곳으로, 보고 느낄 거리가 많다. 정암사에선 적멸보궁 뒷산을 5분가량 걸어올라 모전탑인 수마노탑(보물)을 감상해볼 만하다. 눈 덮인 지붕돌 귀퉁이마다 매달린 풍령들이 바람 불 때마다 청량한 화음을 선사한다.
닭백숙집 즐비한 만항마을 지나 잠시 오르면 해발 1330m의 고개 만항재다. 정선·영월·태백 경계 지역이다. 봄~가을로 야생화가 지천을 이루는 이 고개는 한겨울이면 온통 눈꽃 세상으로 바뀐다. 울창한 낙엽송 숲이 정말 근사한 설경을 안겨준다. 잎 떨군 낙엽송들이 가지마다 눈꽃·서리꽃을 피워내 차에서 내리지 않을 수 없게 하리라. 눈길 거닐다 추워지면? 뜨거운 차와 간식들을 파는 만항재쉼터가 코앞에 있으니 뛰어들면 된다.
고개에서 태백선수촌 방향인 함백산 등산로 입구까지 산길은 응달이 많다. 눈 온 직후에도 얼어 있을 수 있으니 조심하시길. 하지만 등산로 입구 지나면 완만한 아스팔트 도로가 이어지므로 사정이 나아진다. 한두 시간쯤 추위를 견딜 수 있겠다면 여기서 함백산 정상 산행을 추천한다. 도로변에 차 대고, 등산로 따라 50분 걸어 오르면 함백산 정상(1573m)이다. 정상 표지석 부근에 서면 백두대간 산줄기들이 첩첩이 이어지는 장쾌한 설산 풍경을 마주할 수 있다. 한밝산이라고도 하는 함백산은 남한에서 6번째 높이를 자랑하는 큰 산이다.
그러나 눈 덮인 산줄기 풍경은 도로를 따라 태백선수촌 지나 오투리조트 쪽으로 차를 타고 내려가면서도 만날 수 있으니 무리할 필요는 없다. 길 자체가 1300m 이상 고지대에 있다. 오른쪽으로, 멀리는 아득한 지평선을 이루며 내달리는 설산들, 가까이로는 계곡에 안긴 산골마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오투리조트 들머리 부근으로 내려가는 동안 왼쪽(북쪽)으로 보이는 풍력발전기 도열한 매봉산 능선 풍경이 아름답고, 설산에 둘러싸인 태백시내 모습도 볼만하다.
태백시내엔 물닭갈비·한우숯불구이·순두부 등으로 이름난 식당이 많다. 뜨거운 음식들로 추위에 시달린 몸을 녹이시길.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리는 국내의 대표적인 ‘눈 고장’으로 꼽힌다. 눈 많고 바람 많은 대관령 고개 밑 마을이자, 용평리조트·알펜시아리조트 들머리 마을이다. 대관령눈꽃축제(2월3~12일)가 해마다 여기서 벌어진다. 영동고속도로 대관령나들목을 나서면 곧바로 대관령면 소재지인 횡계리 거리로 들어서게 된다. 여기서 옛 대관령휴게소까지 5㎞의 짤막한 구간에 볼거리가 이어진다. 눈 덮여 말라가는 명태 수십만 마리가 내걸린 황태덕장과 목장지대로 이어지는 눈벌판, 가벼운 눈길 걷기로 멋진 설경을 감상할 수 있는 양떼목장까지, 겨울을 겨울답게 하는 눈경치다.
횡계리는 인제 용대리와 함께 국내의 대표적인 황태의 고장. 내걸린 명태가 겨우내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며 황태로 익어가는 덕장이 즐비한 곳이다. 덕장 규모가 용대리보다 큰 곳이 많아 더 장관을 이룬다. 오목골 마을회관 앞 황태덕장 체험장으로 가면 황태 제조과정 설명을 들으며 황태 걸기 등 체험을 할 수 있다. 직접 덕장에 건 명태가 황태로 완성(2월 중순)되면 착불로 집으로 보내주는 프로그램(3만원에 12마리)도 있다.
양떼목장은 옛 대관령휴게소 주차장에서 잠시 걸어 오르면 된다. 양들에게 건초 먹여주기 체험을 한 뒤 완만한 능선을 산책하며 목책과 건초창고 등이 어우러진 눈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옛 대관령휴게소는 국내 대표적인 눈길 트레킹 코스로 꼽히는 ‘선자령 눈길’의 들머리다. 아이젠·스패츠와 등산지팡이 등을 갖췄다면 풍력발전기 늘어선 능선 눈길을 걸으며 설산 풍경을 감상하는 왕복 4~5시간의 트레킹을 즐겨볼 만하다.
이 지역의 대표 음식은 물론 황태 요리다. 대관령면 소재지인 횡계리에 황태국·황태찜을 내는 식당들이 즐비하다.
태백·평창/글·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leebh99@hani.co.kr
기사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pecialsection/esc_section/77840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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