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대산 월정사냐,서울대 규장각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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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문화실장 작성일06-08-26 14:12 조회8,891회 댓글0건본문
일제시대 일본으로 반출됐다가 다음달 93년 만에 반환되는 조선왕조실록 오대산 사고본의 보관장소를 놓고 서울대와 불교계 간 신경전이 뜨거워지고 있다.
서울대는 도쿄대의 기증 의미를 살리고 사료를 효율적으로 보관하기 위해선 교내 고서(古書)연구기관인 규장각에 유치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불교계는 원래 보관 장소인 월정사에 되돌려줘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특히 불교계는 월정사 유치가 끝내 무산될 경우 법률소송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불교계 중심의 ‘조선왕조실록환수위원회’ 간사인 월정사 법상 스님은 7일 기자와 통화에서 “본래 실록 보관 위치인 월정사 복귀야말로 실록 반환의 문화재적 의미를 살리는 길”이라며 이 문제를 공론화하겠다고 밝혔다.
법상 스님은 특히 서울대가 ‘1908년 발표된 순종의 칙령에 의해 오대산 사고본의 관리 권한이 규장각에 귀속되었다’고 주장하는 것과 관련, “일제 강점기에 행해진 조치를 인정하는 논리”라면서 “과연 역사의식이 있는 곳인지조차 의심스럽다”고 서울대 측을 비난했다.
환수위 공동의장을 맡고 있는 월정사 주지 정념 스님도 “일부에서 실록 보존의 안전 문제를 제기하지만 지난 300여년간 잘 보존되지 않았느냐”면서 “보존 방법 또한 전통 사고 보관이 될지, 현대적 박물관 보관이 될지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문화재청이 서울대 손을 들어주거나 제3의 장소 유치를 확정할 경우 법률소송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서울대는 불교계 반발에 정면대응을 자제하면서도 당혹스러운 기색이 역력하다. 서울대는 일단 도쿄대로부터 실록을 건네받는 게 중요하고 이후 유치장소에 대해서는 문화재청 결정을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규장각 유치를 염두에 두고 준비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 한 관계자는 “실록의 규장각 유치를 주장하는 것은 다른 뜻이 있어서가 아니라 규장각이 안전하고 체계적 관리를 위한 최적의 시설이기 때문”이라며 “괜한 자존심 싸움을 걸기보다 문화재 보존 자체에 주목할 때”라고 지적했다.
최종 보관장소에 대한 결정권을 갖고 있는 문화재청은 아직까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문화재청의 한 관계자는 “아직 서울대와 불교계로부터 공식 협의 요청을 받지 못했다”며 “앞으로 실록 유치 문제를 두고 관계자들과 논의해 나갈 계획”이라고만 밝혀 당분간 보관장소를 둘러싼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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