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실록 번역본, 더 쉽게 더 정확하게(조선일보)_2010.10.06(수) > 조선왕조실록 및 의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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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실록 번역본, 더 쉽게 더 정확하게(조선일보)_2010.10.06(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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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월정사 지킴이 작성일10-10-06 10:00 조회10,76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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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공개 후 오류신고 9천건, 오래전 번역…
현대어와 괴리, 내년부터 전면 수정·보완키로

'임금이 승시(乘矢)를 쏘아 2시는 날리고 2시로 과녁의 복판과 과녁의 변죽을 연중(連中)하자…' → '임금이 4발을 쏘아 2발은 빗나가고 1발은 과녁의 중앙에, 1발은 과녁의 가장자리에 잇달아 맞추자…'

지난 1993년 완간된 국역(國譯) 조선왕조실록의 오류를 바로잡고 표현을 현대화하는 작업이 내년부터 시작된다. 한국고전번역원(원장 박석무)은 이를 위해 지난해 11월부터 국역 조선왕조실록의 오류 기초조사를 진행했고, 그 결과를 토대로 2일 서울 정릉동 국민대 본관에서 수정·보완 방안에 대한 공청회를 열었다.

한국고전번역원에 따르면 국역 실록이 간행된 이후 학위논문의 실록 인용건수가 크게 늘었고, 2005년 말 실록 국역본이 인터넷에 공개된 이후 월평균 검색은 300만건을 넘어섰다. 그러나 오류 신고도 급증해 월평균 177건, 누적 9345건에 이르렀다. 고전번역원이 국역 실록을 표본분석한 결과 오역(誤譯) 등 중대오류가 5.2%, 직역투·표현상 오류·어려운 한자어·오자(誤字) 등 일반오류가 17.6%로 나타났다.

이처럼 오류나 부적절한 번역이 많은 것은 실록 번역이 한 세대 전에 한학자 중심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실록 국역은 1968~1993년 세종대왕기념사업회와 민족문화추진회가 국고보조금을 받으며 진행했다. 두 민간기관이 분담하는 바람에 장기 계획이나 용어·체제의 통일성이 부족했고, 실록에 담긴 시대상이나 전문지식을 몰라 발생한 오류도 상당하다.

1993년 413책으로 완간된 국역 조선왕조실록. 국역 실록이 간행된 이후 이용자 수 증가와 비례해 오류 지적 또한 급증했다. 한국고전번역원은 내년부터 국역 실록의 오류를 바로잡고 표현을 현대화하는 작업에 들어간다. /한국고전번역원 제공

이날 공청회에서는 국방·의약·과학·사건·인명·여진·일본기사 등 9개 분야의 전문가들이 오류를 분석하고, 이를 어떻게 수정할 것인가에 대한 방안이 제시됐다. 이근호 국민대 교수는 "세종실록의 '대사헌 신상(申商)과 대사간 유현진(兪顯進)이 아뢰기를'이란 부분에서 유현진은 명백한 오역"이라며 "본래 이름은 유현(兪顯)이고 번역 역시 '유현이 나아가 아뢰기를'이라 해야 맞다"고 말했다. 조순희 고전번역연구소장은 숙종실록의 '조손(祖孫)이 서로 의지하는 마음으로써 밤낮으로 애가 타서 손상을 입었고, 나이가 더욱 높은 지경에 당하여 봄·여름 동안 질질 끌면서 편치 못하였다'란 부분을 고쳐야 할 번역의 예로 들었다. 조 소장은 "이 구절은 '손자에게 의지하여 살아가는 마음에 밤낮없이 애를 태우다가 건강이 손상되었는데, 나이가 많은 노인이다 보니 봄과 여름이 지나도록 회복되지 않았다'고 번역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내년부터 2016년까지 진행될 '실록 번역 현대화 사업'에는 48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서정문 사업본부장은 "첫해에는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본격적인 오류 수정은 2012년부터 시작할 예정"이라며 "전체 413책을 5년간 해마다 82~85책씩, 전문 학자 32명을 투입해 오류를 고치고, 전문가들도 이해하기 어려운 고어를 쉬운 현대어로 바꿀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공청회에서 오수창 서울대 교수는 국역 실록의 오류 수정이 만만찮음을 강조했다. 오 교수는 "실록 전체의 오류를 완벽하게 수정하기 위해서는 전문가 115명이 꼬박 2년을 빈틈없이 노력해야 한다"며 "현실적으로 투입할 인력에 한계가 있으니 역량을 우선 집중시켜야 할 분야를 명백한 번역 오류 수정과 문체 개선, 필수 주석 보강으로 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경은 기자 eu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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